(기획)①새벽 2시를 깨우는 굉음⋯현장단속 못 하나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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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①새벽 2시를 깨우는 굉음⋯현장단속 못 하나 안 하나

    아파트 단지 앞 1시간, 오토바이 117대 지나
    배달 기사 “빠른 배달 위해 불법 튜닝”
    시민 “밤낮없는 굉음에 미쳐버릴 지경”

    • 입력 2023.08.24 00:03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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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춘천 시민은 폭염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새벽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오토바이 소음 때문이다. 불법 개조한 배달 오토바이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원정 온 폭주족까지 춘천의 밤거리를 질주한다.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2021년 한 해 51건에서 올해는 7월까지 이미 676건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빗발치는 민원에도 춘천시 공무원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춘천시와 춘천경찰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합동 단속 건수는 같은 기간 9건에서 4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춘천시의 한밤 오토바이 소음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요일인 지난 20일 오전 1시쯤, 춘천 후평동 한 아파트 단지 앞. 조용한 아파트 단지 앞으로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자 ‘부다다다’ 하는 시끄러운 배기음이 울려 퍼졌다. 일반적인 오토바이 배기음보다 몇 배는 크게 느껴지는 굉음이었다. 주변에는 왕복 4차선 도로 양옆으로 20층이 넘는 아파트 단지와 5층 원룸 건물이 밀집해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소음은 마주 보는 건물들 사이에서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전날 밤 10시쯤부터 취재진이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도로를 지켜본 결과 총 117대의 배달 오토바이가 앞으로 지나갔다. 대략 1분에 2대, 30초당 1대꼴이다. 오토바이 배기소음은 밤 12시가 넘어 신호등이 점멸된 후에도 새벽까지 이어졌다. 아파트 단지에는 소음 탓인지 잠에서 깬 시민이 실내등을 켰다가 끄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배달 오토바이가 지난 19일 밤 11시쯤 굉음을 내며 후평동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배달 오토바이가 지난 19일 밤 11시쯤 굉음을 내며 후평동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신경질 나는 ‘오토바이 굉음’⋯출력을 위한 불법 개조

    심야 오토바이 소음의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배달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밤낮없이 배달 영업이 이뤄지다 보니 소음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배달을 위한 오토바이 운행이 늘었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 성능 강화를 위한 불법 개조도 늘었기 때문이다. 올여름 춘천에서는 특히 야간에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의 불편함이 심했다. 열대야 탓에 창문을 열어두고 자는 경우도 많고, 늦은 시간까지 음식 배달을 하는 집도 많아졌다. 

    이날 취재 중인 기자 앞으로 불법으로 소음기를 개조한 오토바이가 도로를 지나가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굉음이 귀를 찔렀다. 인근 주민들은 한밤중에도 이런 소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외에도 형형색색 LED 불빛으로 번쩍이는 오토바이부터 스피커를 달고 요란한 음악 소리를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도 있었다. 신호를 위반하는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 때문에 울리는 자동차 경적도 귀를 아프게 했다.

    후평동 한 아파트에 사는 최성훈(49)씨는 “도로 옆 아파트 3층에 살고 있는데 밤마다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라며 “한여름에도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창문도 열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벌써 시청이랑 경찰서에 몇 차례나 민원을 넣었는데도 단속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배달 오토바이가 늘어난 만큼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도 늘었다. 특히 불법 개조로 운행 중에 나는 소음은 시민들의 수면 방해는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춘천 거주민들이 회원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벽만 되면 오토바이 굉음으로 너무 괴롭다. 대포가 터지는듯한 소리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라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배달 오토바이가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취재진이 한 배달원에게 불법으로 오토바이 소음기를 개조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소음기를 떼거나 튜닝을 하면 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다”며 “조금 시끄러워지기는 해도 더 빨리 배달을 하기 위해 불법이지만 튜닝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답했다.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도로에선 드리프트 대결

    문제는 배달 오토바이뿐만이 아니다.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삼천사거리부터 스포츠타운길 로터리까지 약 5㎞ 구간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적어 폭주족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장소다. 특히 밤 12시가 되면 모든 신호등이 점멸등으로 바뀌고, 단속카메라도 없어 새벽 시간만 되면 송암스포츠타운 인근으로 이른바 드리프트를 하며 폭주를 일삼는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삼천사거리부터 스포츠타운길 로터리까지 약 5㎞ 구간.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삼천사거리부터 스포츠타운길 로터리까지 약 5㎞ 구간.

    서울과 거리가 멀지 않고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춘천은 야간 라이더들의 인기 코스로 이름이 높다. 특히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도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드리프트 전용 도로’로 소문나 외지에서도 찾는 장소가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송암스포츠타운 인근 도로에서 찍은 영상이라며 폭주족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송암스포츠타운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반애경(58)씨는 “새벽이면 폭주족들이 와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굉음을 낸다”며 “한번 폭주족이 나타나면 몇 대인지도 모를 정도로 소리가 요란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언제 또다시 와서 시끄럽게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불법 개조 처벌은?

    한밤중이나 새벽에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시끄럽지만,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는 대부분 배기 장치 쪽에 있는 소음기를 불법으로 개조한 경우다. 현행법상 오토바이의 배기소음은 105데시벨(㏈)을 넘길 수 없다. 이를 위해 제조사는 오토바이를 출고할 때 소음기를 부착한다.

    하지만 오토바이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 소음기를 불법으로 떼거나 개조하면서 배기소음 기준치인 105㏈을 넘기는 경우도 생긴다. 열차가 지나갈 때 철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100㏈, 전투기의 이착륙 소음이 120㏈인 점을 고려하면 불법 개조 오토바이들의 소음은 굉장한 수준이다.

    불법 개조로 적발된 오토바이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배기소음이 105㏈을 넘길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희자(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불과 1~2년 전부터 배달 오토바이가 늘어나면서 오토바이 배기음으로 인한 민원도 함께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춘천시와 경찰서가 먼저 나서서 관심을 갖고 시민들의 불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편에서 계속]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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