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⑥ 춘천 인구 정책은 어쩌다 ‘실패의 연속’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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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⑥ 춘천 인구 정책은 어쩌다 ‘실패의 연속’이 됐나

    [추락하는 수부도시] 춘천-원주 인구 7만명 격차
    원주, 도농통합 이후 도시개발+단독분구
    기업도시 유치 등 성과..장기 플랜 성공
    춘천, 20년째 인구 30만 도전⋯단기 미봉책만 남발

    • 입력 2023.04.20 00:01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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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부도시 춘천시의 인구는 원주시보다 7만여명 적은 20만명 대에 멈춰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수부도시 춘천시의 인구는 원주시보다 7만여명 적은 20만명 대에 멈춰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수부도시 춘천의 위상을 무너뜨린 대표적 원인은 인구 수 정체에 있다. 20년간 남발한 춘천시의 인구 유입 전략은 사실상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전입하면 돈 주겠다'는 식의 일시적인 미봉책 반복하면서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민선 8기 시정 역시 인구 30만 돌파를 주요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찾기 어렵다.

    춘천 인구는 도시와 농촌을 합치는 도농통합도시가 탄생한 1995년부터 원주에 역전당했다. 그때만 해도 원주는 23만7537명, 춘천은 23만2682명으로 격차가 5000명 이내였다. 그러나 두 도시의 인구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벌어졌다. 원주는 2000년 27만9명으로 춘천 25만1212명에 2만명 가까이 앞서나가더니 2010년 31만4678명으로 4만4728명까지 격차를 벌렸다. 춘천은 아직까지 20만명대 후반에 정체하면서 2023년 3월 기준 7만명 이상 뒤처져 있다.

    춘천과 원주의 인구 격차는 2005년 기업도시 유치를 원주에 뺏긴 것이 첫번째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근본적인 인구 전략이다. 춘천은 단순히 눈앞의 인구 수 증가를 위한 임시방편에 머무른 반면, 원주는 시 발전이라는 큰 구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나도록 여건을 만들었다.

    ▶ 원주는 도시개발+국회의원 2명 만들기⋯춘천은 먼 산만

    원주는 도농통합 이후 인구를 늘리기 위해 2001년 정부에 농촌 지역이었던 반곡관설동과 무실동을 개발이 가능한 도시계획구역으로 변경해 달라고 건의했다. 기업도시 유치 몇 년 전부터 인구 늘리기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당시 인구 5034명이었던 반곡관설동과 8907명이었던 무실동은 도시계획구역으로 변경된지 20년이 넘은 지금 각각 4만5573명, 3만5271명으로 성장했다. 20년 전 원주 25개 읍면동 중 인구수로 하위권에 분류됐던 반곡관설동은 2023년 인구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거듭났다. 두 지역의 인구를 합치면 원주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한다. 이장원 원주시 인구정책팀장은 "과거에 수도권에 인접한 반곡관설동과 무실동 지역을 도시계획구역으로 변경하는 도시개발이 인구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춘천시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인구수 증가를 목표로 삼았다. 류종수 시장 때(2010년)는 2020년 50만 시대를 내걸었고, 최동용 시장(2014년)은 2030년 45만명 광역도시를 꿈꿨다. 인구가 늘지 않자 이재수(2018년) 시장은 목표치를 낮춰 30만명 돌파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번번이 실패했다. 구체적인 전략 없이 단지 선출직들의 구호에만 그쳤다. 조은아 춘천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그때 당시 따로 인구 정책이라고 할 만한 자료나 정책이 없었다. 뭐라고 딱 얘기할 내용이 없다. 인구 정책이라는 게 사실 시에서 하는 모든 게 다 포함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이 인구 전략에 갈피를 못잡는 사이 원주는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2명 선출을 통해 인구를 증가시키겠다는 방편이었다. 이를 위해 2010년 원주는 지역 내 대학 기숙사 대학생 6000여명의 주소지 이전을 추진했다. 주소지 이전 시 학기당 5만원, 연간 10만원의 복지기금을 지원하는 '원주시민 되기 운동'이다. 시와 시의회, 지역 소재 5개 대학 관계자로 구성된 '원주시 국회의원 2명 선출을 위한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당시 원주의 인구 증가 전략은 19대 총선 분구 기준인 31만5000명에 맞춘다는 명확한 목표 하에 추진됐다. 2010년 원주의 인구는 31만3311명으로 여기에 1700명 부족한 상태였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서 2011년 3월 31만6677명을 찍었고, 19대 총선부터 단독 분구를 통해 국회의원 2명을 배출해냈다. 결과적으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성공 등의 성과를 내며 원주시 발전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지역에 국회의원이 한명일 때와 두 명일 때 영향력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가져오는 예산 규모나, 기업 유치 면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주 반도체 유치 사활, 춘천은 '돈 몇 푼 주는' 수준

    현재 원주시는 인구 50만을 목표로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 화성시와 평택시의 사례에 비춰보면 불가능한 수치도 아니라는 관측이다. 화성시는 2001년 시 승격 당시 인구 21만을 겨우 넘는 소도시에 불과했으나 IT, 반도체, 수소산업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대기업 투자유치, 산업단지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올해 3월 기준 92만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반면 춘천시는 민선 8기 들어서도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해 과거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 정책이라곤 2019년 도입된 대학생 전입지원책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원주시가 10여년 전 썼던 정책이다. 최근엔 대학생 전입 장려금을 최대 240만원까지 올리고 산업단지 직원에게 전입지원금을 준다며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해왔던 '돈 몇 푼 주는' 정책에서 새로울 게 없는 정책이다.

    심지어 시 내부에서 공무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수상자에게 남미 해외연수를 제공한다는 다소 민망한 대안까지 내놔 빈축을 샀다. 이를 접한 한 원주시청 직원은 "춘천은 도청 소재지라 기관들이 집중돼 있다. 시청도 나름 정책이 있겠지만, 원주 입장에서 보면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원주에 도청이 있었으면 벌써 인구 50만은 넘었을거라 생각한다"며 애둘러 비판했다.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춘천의 장려금이나 정착금 같은 정책들은 장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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