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생이 만든 장애인 인권 영화 ‘노랑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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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생이 만든 장애인 인권 영화 ‘노랑편지’

    ‘열흘에 하루 들리는 여자와 하루 안 들리는 남자의 사연’
    누군가 아닌 누구나의 이야기 “누구나 장애인 될 수 있다”
    “노랑편지 17일 상영··· 2030세대에게 공감 일으키길 기대”

    • 입력 2021.11.17 00:01
    • 수정 2021.11.18 07:39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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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랑편지’ 예고편. (사진=주식회사 위드사람컴퍼니)
    영화 ‘노랑편지’ 예고편. (사진=주식회사 위드사람컴퍼니)

    지난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국가 재난 상황으로 악화하자 장애인의 부실한 정보 접근권이 화두에 올랐다.

    정부는 청각장애인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수어 통역사를 공식 브리핑에 대동했다. 전국적으로 ‘존경’을 뜻하는 수어를 활용해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일어났다. 장애인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키오스크, 모바일 전용 등 본격적으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세상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장애인을 사회와 격리시키고 있다.

    한림대학교 학생들이 영화 ‘노랑편지’를 제작한 것도 장애인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한림대생 이태규(24) 감독은 반짝 이슈 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 장애인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려고 이번 영화를 기획했다.

     

    이태규 감독이 ‘노랑편지’ 포스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태규 감독)
    이태규 감독이 ‘노랑편지’ 포스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태규 감독)

    그는 어느 날 춘천 명동에 갔다가 장애인 시설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보고 누군가는 써야 할 기계가 방치돼 있다는 생각에 장애인 인권을 영화로 다루기로 결심했다.

    그는 “관리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할지 모를 기계를 보고 내가 장애가 있어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며 “코로나19로 잠깐 관심을 받았던 장애인 이슈가 시들어버린 지금 다시 한번 공론화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노랑편지’는 장애인임을 인정하는 여자주인공과 장애인임을 인정하지 않는 남자주인공의 갈등을 담은 이야기로, 후천적 청각장애인인 두 주인공을 통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녀 주인공이 처한 설정은 특이하다. 여자주인공 ‘아라’는 10일 중 단 하루만 들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이다.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인물이다. 반면 남자주인공 ‘마루’는 10일 중 단 하루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다. 자신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우울과 고민에 빠져 지낸다. 하지만 ‘아라’를 만나면서 자신의 벽을 깨고 나와 점점 긍정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남자주인공 ‘마루’ 역의 김건우 배우(왼쪽)와 여자주인공 ‘아라’ 역의 이지원 배우. (사진=조아서 기자)
    남자주인공 ‘마루’ 역의 김건우 배우(왼쪽)와 여자주인공 ‘아라’ 역의 이지원 배우. (사진=조아서 기자)

    ‘아라’ 역을 맡은 한림대생 이지원(20) 배우는 “또 다른 차별을 만들지 않기 위해 촬영 중간중간 대사를 고쳐가며 심혈을 기울였다”며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을 연기하다 보니 과장하거나 편견이 개입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청각장애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루’ 역을 맡은 한림대생 김건우(23) 배우는 “마루를 연기하며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많은 장애인이 혼자 짐을 짊어지며 다양한 기회와 도전에 좌절하지 말고 주변의 긍정적인 사람들과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는 두 주연배우를 위해 춘천 극단 배우들을 섭외해 따로 연기 레슨을 받게 했다.

    그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를 섭외해 영화 스텝과 연기자들이 함께 강연을 듣고 연기 레슨을 통해 장애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며 “영화에 참여한 이들이 타자에서 당사자로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다”고 말했다.

    또 “관람객에게 장애인 인권에 대해 알리겠다는 첫 번째 목표도 있었지만 함께하는 친구들과 저 역시 장애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잖아’라는 여자주인공의 대사 한 줄은 2030세대에게 장애인 인권을 무겁지 않고 공감할 수 있게 전하려고 한 이번 영화를 함축한 말”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랑편지’는 17일 춘천 롯데시네마 1관에서 오전 9시 30분과 11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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