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간호사 ‘성추행’ 춘천 치과의사,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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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재구성] 간호사 ‘성추행’ 춘천 치과의사, 진실공방

    2018년 병원 화장실서 강제추행한 혐의
    1심 재판부 징역 6개월 선고, 구속명령
    춘천시치과의사회, 연명부 돌리고 구명
    피의자 무죄주장했지만, 2심도 징역 6개월

    • 입력 2021.09.23 00:03
    • 수정 2021.09.25 00:03
    • 기자명 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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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합니다. 징역 6개월, 원심의 형을 유지합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치과의사 A씨는 재판장이 주문을 읽어내려가자 떨구고 있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시작했다. 법정에 주문이 울리는 5분 남짓 그의 고갯짓은 계속됐다. A씨는 지난 1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가 끝난후 체념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경찰의 뒤를 따라 법정을 빠져나갔다. 

    춘천에서 치과 의원을 운영해온 원장 A씨가 법정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판결문과 취재한 내용 등을 종합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병원 화장실서 간호사 강제추행 혐의

    지난 2018년 11월 9일 A씨는 외부에서 점심을 먹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원장실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는데, 당시 화장실에는 간호조무사 B씨가 고장 난 수도 밸브를 고치기 위해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A씨와 B씨의 진술은 여기서부터 엇갈린다. B씨는 원장이 자신에게 다가왔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추행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A 씨는 볼일을 보고 원장실로 갔기 때문에 아무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지속해서 A씨에게 항의했지만,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쉽사리 병원을 그만두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다음 해 1월이 돼서야 병원을 나왔고, 같은 해 9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단독 정문식 부장판사는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A 씨를 구속했다.

    ▶춘천시치과의사회, 연명부 돌려 “억울하다”

    A씨가 구속되자 춘천시치과의사회는 소속 치과의사들에게 A 씨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해달라며 연명부를 돌렸다. 

     

    춘천시치과의사회가 소속 치과의사들에게 돌린 연명부 중 일부.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시치과의사회가 소속 치과의사들에게 돌린 연명부 중 일부. (사진=배상철 기자)

    춘천시치과의사회는 탄원서에서 “A원장은 강제추행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이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어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A원장은 오랫동안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춘천시민의 치아 건강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며 “이전까지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 없이 성실하게 생활해왔고, 이 사건과 같은 범행을 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무죄 선고를 촉구했다. 

    A씨 역시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강조했다. 2심 재판 중 검사의 구형에 앞서 A씨는 “평소 다른 의사들을 만나면 직원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며 “병원장인 제가 직원에게 이런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유죄로 인정, 죄질 나쁘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 김청미 부장판사는 “사건 당일 치과 의원에 있던 증인은 피해자 B씨와 원장 A씨가 화장실에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며 “이는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과 불일치해서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간호사를 추행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아직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고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되레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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