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못 고친다면 버려야” 국민연금 폐지론 고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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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③ “못 고친다면 버려야” 국민연금 폐지론 고개 든다

    [위기의 국민연금] 역대 연금개혁 2차례
    소득대체율 낮춰 기금 고갈 시기만 연장
    “적립식→부과식 변경”, “폐지하고 개인연금 등 선택권 줘야”

    • 입력 2023.04.06 00:01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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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개를 드는 ‘국민연금 폐지론’은 더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의 개혁이 지난 30년간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비율을 손보는 식의 조정만으론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래 세대에 무리한 짐을 지우는 현재 국민연금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지난 30년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김대중 정부에선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지급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1차 연금 개혁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두번째 개혁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또다시 소득대체율을 손보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했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철회했다.

    두 차례의 개혁에도 기금 소진 시점만 늦출 뿐 재정 안정화와 기금 운용 문제의 본질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빨라지면서 2055년 고갈이라는 최악의 궁지에 몰렸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국민연금을 놓고 현재도 진행 중인 개혁 방안은 기여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미래 세대에 문제를 전가하는 방식의 연금 개혁은 불안만 더 키울 뿐이라고 우려한다. 본지가 이야기를 들어본 국민들은 “시한폭탄을 지고 있다” “도대체 연금이 국민을 위한 건지, 국민이 연금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기성세대 살자고 후손 죽이는 제도”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경제학자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경제학회가 국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으로 꼽았다. 인구 증가율을 끌어올려 연금을 내는 인구를 늘리지 않는다면 결국 미래세대가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 폐지론이나 적립식(기금을 쌓아서 운용해 지급)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폐지론을 꺼낸 이경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각 개인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신의 개인연금 계좌에 의무적으로 저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납입한 연금 기여액은 모두 개인연금 계좌로 돌려주고, 현재 은퇴자들의 급여는 당분간 국가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해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만들어질 때부터 수급 불균형으로 부과식으로 전환이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고 설명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료율을 더 올리는 건 맞지만,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건 문제가 많다. 단지 소진 시점을 늦추기 위한 단기적 방편에 불과하다. 보험료율을 올리되 소진 시점부터는 현재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변경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김 교수는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을 들었다. 매년 연금 재원을 걷어 노후 세대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는 납부 대상인 청장년층이 그해 보험료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과 연금 보험료율의 논쟁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25년(2007년 2차 개혁 이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며 “빚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는 세대 간 공정한 소득대체율은 실질 이자율 1.3%에서 연금 보험료율 10%와 소득대체율 30%를 유지하면 된다. 그러면 연금이 고갈되지 않고 세대 사이 불평등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기금 운용에 대해서만큼은 탈정치적, 국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다. 기금위의 비전문성, 대표성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 행사 등에서 벗어나 오롯이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평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 지원으로 경력 단절 인구를 줄여 직장에서 일하면서 연금을 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늘려야 한다. 또 미국에서 쓰는 방식 중 하나로 고학력, 고소득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오도록 주거, 교육적으로 지원해 인력풀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국민연금 용어 해설]

    ○ 국민연금 가입
    국내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다. 18세 미만이라도 가입을 원하면 할 수 있다. 의무가입 제외 대상은 ▲학생이나 군인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 ▲만 60세 이상자 ▲국민연금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있다.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면 임의가입 제도를 이용해 가입할 수는 있다.

    ○ 보험료율
    매달 월급에서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의 비율. 우리나라는 9%다.

    ○ 소득대체율
    은퇴한 뒤 일할 때 벌던 월 평균 소득을 계산해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비율. 현재는 40%가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 기준으로 40년 동안 월 소득의 9%를 내면 은퇴한 뒤 40년간 받은 월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기금 고갈 시점(2055년) 5년 뒤 일하는 세대(1996~2037년 출생)가 지금의 소득대체율 40%를 받으려면 월 소득의 29.8%를 내야 하는 구조다.

    ○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확인은 어떻게?
    우선 스마트폰 앱 '내 곁에 국민연금'을 내려받아야 한다. 이후 공인인증과 로그인을 거치면 화면 중앙에 가입 내역과 예상 노령연금이 보인다. 예상노령연금을 누르면 세전, 제후 월 수령액이 나오고, 가입종료 월과 수령 시작 년월도 볼 수 있다.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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