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67%가 시험 반대’라는 설문조사, 믿어도 되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교사 67%가 시험 반대’라는 설문조사, 믿어도 되나

    • 입력 2022.10.06 00:01
    • 수정 2022.11.09 14:15
    • 기자명 한상혁 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혁 콘텐츠2국장
    한상혁 콘텐츠2국장

    강원도내 학교와 학부모들이 11월 말 시행 예정인 강원도형 학업성취도 평가(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신경호 교육감이 강원도 학생 학력 증진을 위해 공약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원지부와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인 전임 교육감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도교육청 주관 학력 평가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어 전체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단협에 대한 재교섭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교육청과 전교조의 교섭 과정에서는 강원도 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여론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교육청과 전교조 모두 여론이 자기들 쪽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여론전을 시작한 쪽은 전교조였다. 전교조 강원지부가 강원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4.5%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22.8%)를 합해 과반을 훌쩍 넘는 67.3%가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강원도교육청 주관으로 14~24일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강원도 교사 중 ‘학생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도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교사 7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강원도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44%였다. 구체적으로 ‘강원형 학업성취도 평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대답이 21%, ‘그렇다’라는 대답은 23%였다. ‘보통이다’가 19%, ‘그렇지 않다’는 20%, ‘매우 그렇지 않다’는 17%였다고 한다. 이 설문은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교사 응답자 수는 1905명이었다.

    설문조사는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의 생각(표본집단)보다는 응답자가 속한 전체 집단(모집단)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는 목적이 있다. 통계 이론에 따라 제대로 설계된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표본집단의 응답 비율로 모집단의 응답 비율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설문조사 표본집단의 응답 비율이 60%이고 신뢰수준 95%, 오차범위가 ±5%라면, 모집단의 응답률이 95% 확률로 55~65% 범위 내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전교조 강원지부와 강원도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는 모집단(전체 교사)의 진짜 여론을 예측하기 부적절했다. 두 조사 모두 신뢰수준이나 오차범위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를 공개할 정도로 과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그러니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도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 것이다.

    강원도교육청 설문조사는 강원지역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진행했다. 설문은 익명으로 진행했고 QR코드로 인증을 받고 들어가 1번만 답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초·중·고 교사 1905명이 응답해 응답률이 강원도 교사 정원(1만2499명)의 15.2%다. 표본 수는 충분히 많지만 추출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 시험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려는 교사들이 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설문은 표본 추출 방식이 더 의문스럽다. 도내 전 교사를 설문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했는데 응답자 수는 728명이었다고 한다. 역시 표본 추출 방식이 문제다. 설문은 교육청 메신저의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조사 플랫폼 문서 링크를 전파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전교조에 속한 교사들, 아니면 최소한 그들과 가까운 교사들이 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강원도 내 비 전교조 교사들 다수가 ‘설문 조사에 응답하라는 요청조차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두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 후 논쟁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격화했다. 각자 정교하지 못하게 선정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다. 표본 추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설문조사는 각자 시간과 돈을 들여 입맛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명한 것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앞서 도내 전체 유권자들의 민의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이미 확인됐다는 점이다. 학력평가 부활을 공약한 신 교육감이 전교조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후보들을 누르고 큰 격차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MS투데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첨부한다. 강원학생성장진단 평가에 대해 춘천 시민 응답자 508명 중 40.2%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희망 학교만 선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31.3%)를 합해 시험 시행에 찬성한 비율은 71.5%였다. ‘시험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0.8%였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