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락에 눈물 훔치는 어르신들”⋯ 마음 울리는 특별한 봉사단 눈길

음악봉사단체, 대룡공연예술단 지난해 말 결성돼 김영철 회장 중심으로 석우, 하나 등 20여 명 활동 지역 노인복지시설에서 주 1회 이상 음악으로 봉사

2025-02-23     한승미 기자
춘천에서 활동하는 가수와 아마추어 예술인 등으로 구성된 대룡공연예술단.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 곳곳의 노인시설을 다니며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하는 독특한 봉사단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활동하는 무대도 분야도 제각각 다르지만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며 한곳에 모인 이들은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다. 

대룡공연예술단은 지난해 11월 공식 창단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단체로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와 아마추어 예술인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단원은 건설업을 하는 김영철 회장을 중심으로 22명이 활동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석우, 하나, 박정식, 박호제와 팝송 가수 서영, 색소폰 연주자 정재영, 싱어송라이터 김대유 등 가수의 구성이 가장 많다. 또 전문 MC 박달재 씨와 난타 공연을 하는 승승장구단의 박요셉 씨 등도 있다. 연령대도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자영업이나 회사원, 공무원 등 본업을 가진 이들도 다수다. 

이들은 춘천 등 강원지역의 노인복지센터와 요양원 등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펼친다. 제각각 봉사활동을 다니던 단원들이 지역 축제장 등에서 만나 좋은 일을 함께하자며 결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무료로 하는 공연이라도 다채로운 장르를 함께하고 좋은 장비로 공연하면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영철 회장은 좋은 음향을 위해 앰프와 차량 구입에 3000만원 가량을 쾌척하기도 했다. 품질이 낮은 앰프는 소리가 끊겨 신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춘천 새날요양원에서 진행한 공연에서 가수 하나 씨가 어르신과 교감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최근 봉사활동은 새날요양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공연에서는 20여 명 어르신을 대상으로 트로트 공연과 난타, 각설이 무대 등이 펼쳐졌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기력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점점 흥이 오르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손뼉을 치며 무대를 즐겼다. 공연은 90분 가까이 진행됐는데 사회복지사들이 휴식을 권해도 괜찮다며 공연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였다. 단원의 평균 연령대가 60대라 이러한 마라톤 공연은 봉사단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단원들은 어르신들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한겨울 온몸에 땀이 나도록 무대를 채웠다. 

단원들은 늘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임한다고 입을 모은다. 평소 공연에 뜨겁게 반응해주던 어르신이 다음 공연 때는 세상을 떠나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봉사활동을 할 때는 무대 위에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된다. 하나, 박요셉, 김대유 씨 등 앨범을 발매한 정식 가수들도 있지만 봉사활동을 할 때는 자신의 노래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음악을 주로 부른다. 뛰어난 기교나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기보다 진심 어린 소통을 중요시하고 평소 입는 무대의상 대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각설이 의상을 맞춰 입기도 한다. 

 

박달재 씨가 어르신들과 악수를 하며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무대의 경계도 모호하다. 자신만 돋보여야 하는 행사장과 달리 최대한 많은 어르신이 즐거울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백댄서 역할을 자처한다.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소통하는 것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박달재 씨는 “어르신들은 사람이 그리운 것이지 노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자녀들이 1년에 한두 번만 얼굴을 비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가 같이 울어주고 손잡아주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다”며고 말했다. 이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님들을 보면 저도 눈물이 막 나와서 더 양질의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술단의 무대는 요양원 직원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가장 기다리는 공연 중 하나다. 하나의 장르만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연이 아니라 난타와 색소폰 연주, 트로트와 팝송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무대가 얼마나 흥겨운지 공연 중간에 직원들이 마이크를 잡고 애창곡을 부르는 등 잔치 분위기다. 여기에 구수한 언변으로 공연을 맛깔나게 채우는 박달재 MC도 예술단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박달재 씨는 각각의 무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들은 모두 대단하고 훌륭한 분들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이들의 인생을 위로하는 역할도 한다. 

심솔희 새날요양원 사회복지사는 “요양원에는 다양한 봉사단체가 찾아와 여러 가지 공연을 펼치는데 어르신들이 특히 대룡예술단 공연을 즐거워한다”며 “끝나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언제 또 오냐고 기다리는 유일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머가 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다른 공연과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김영철 대룡공연예술단 회장이 어르신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예술단은 계속해서 단원을 늘려가며 더 많은 봉사활동과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올봄부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계획 중이다. 연중 춘천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4월 19일에는 '만원의 행복 불우이웃돕기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다양한 현장을 다니면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시설을 돕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강원도 최초를 목표로 요양원 순회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김영철 대룡공연예술단 회장은 “부모님이 옛날에 돌아가셔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꿈을 이루게 됐다”며 “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민해 어르신들을 위한 즐겁고 신나는 무대를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