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모아엘가 비스타, 입주 앞두고 ‘불공정 계약’ 반발
이달 말 입주 학곡지구 모아엘가 비스타 부동산 호황기 인기 있던 민간임대주택 분양 전환 조건 두고 입주자 불만 폭발 건설 경기 악화에 다른 지역에서도 잡음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춘천의 한 신축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민간임대 아파트에 관한 제도적 허점을 활용해 시행사가 입주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계기로 투자 관점에서는 부동산 호황기 인기를 끌었던 민간임대 아파트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입주자들 “분양 조건·필수 옵션 부담 등 불리해”
춘천 학곡지구 모아엘가 비스타 입주예정자협의회는 10일 춘천시청에서 “시행사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조건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의회는 △분양전환 가격 미확정 △필수 옵션에 대한 감가상각 비용 △초기 홍보 당시 공지했던 내용과 비교해 급격하게 불어난 중도금 대출이자 △소통 의지 없는 시행사의 태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회는 “최초 계약 당시 일단 10년 거주를 보장하고 이후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권을 준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계약서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며 “분양전환 시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계약 당시 설명과는 달리 이에 대한 조건도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은 또 사실상 계약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던 발코니 확장 비용(700만원)을 임차인에게 부과하고, 10년 입주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감가상각비 명목으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감가상각은 시스템에어컨, 인덕션, 중문, 포세린 타일 등에도 적용된다.
계약 당시보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입주예정자들의 위기감에 불을 지폈다. 협의회는 “계약 당시 총 이자액이 7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보다 1000만원가량 늘어난 총 1700만원의 이자가 부과돼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이자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는 방식이라 변동성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자가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을 마주한 입주자들의 고통을 사업 주체가 헤아려 달라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춘천 내 다른 민간임대아파트와 비교했을 때도 이 단지의 계약 조건이 입주자들에게 불리하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동내면 중해마루힐 포레스트, 우두동 이지더원 2차, 근화동 시온숲속의아침뷰 등은 거주자에게 분양전환 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분양전환 시 확정가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해당 단지는 분양전환 조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발코니 확장비 역시 다른 단지는 무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동일한 모아엘가 비스타 브랜드의 다른 지역 민간임대 아파트와 비교해도 춘천 내 단지의 조건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충남 아산, 올해 6월 입주한 전남 목포의 민간임대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무이자로 진행됐으며, 발코니 확장비도 무상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입주자는 “춘천에서 진행하는 아파트 사업만 유난히 시민들에게 불리하게 책정됐다”며 “앞으로 춘천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와 지역 주민들이 피해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입주 앞두고 건설경기 악화⋯전국서 불만 속출
민간임대아파트는 전세처럼 건설사가 보증금을 받고 일정 기간 아파트를 임대한 다음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계약자에게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3~4년 전 부동산 상승기 당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분양 대신 민간임대를 선택한 실거주자가 많았다. 개인 간 계약인 전세보다 안정성이 높고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새 아파트를 원하는 이들이 몰렸다. 추후 분양전환 시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수요가 쏠린 배경 중 하나다.
학곡지구 모아엘가 비스타는 2021년 12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했다. 선착순 계약 당시 대기 인원 수백 명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 호황기 신축 아파트 거주에 대한 열망과 임차권에 붙을 웃돈, 분양전환 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전용면적 84㎡ 임대보증금은 기준층 3억1660만원으로 추가 옵션까지 포함했을 때 3억원 초중반대 보증금으로 신축 아파트에 10년간 장기 거주가 가능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입주예정자들은 당시 이런 기대 속 속전속결로 계약 진행이 이뤄졌고,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할 시간도 없이 직원들의 설명에만 의존해 서명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구두로 설명한 내용과 실제 계약 내용이 달라 혼선을 빚었다는 입장이다.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배경에는 최근 건설 경기 악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임대 아파트 입주자 모집 당시보다 입주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계약 내용이 불리하게 여겨질 여지가 있어서다. 민간 임대 아파트 중에는 입주가 지연되고 시공 품질에 불만이 쏟아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 양산의 ‘양산 천년가 더힐’과 충북 충주 ‘제일풍경채 충주 호암’ 등은 부실 공사로 전국적인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공공 건설 임대 주택인 경북 영주 부영도 분양전환 과정에서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른 인근 아파트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해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다. 입주자들은 분양가 산출 근거를 밝히라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춘천 학곡지구 모아엘가 비스타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허점이 많은 점을 이용해 사업 주체가 ‘계약상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동안 입주예정자들은 매일 불안함에 떨고 있다”며 “적어도 주변 아파트 시세 정도의 확정 분양가에 대한 확답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시행사가 나서서 입주자들과 대화하도록 춘천시에서도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입주예정자들의 이번 기자 회견에 대한 시행사 측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