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 원전’이 강원도에 안겨 줄 기회, 판단 착오로 날려버리는 일 없어야

2024-09-19     엠에스투데이
최신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 주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허가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사업이 무산되며 ‘탈원전의 상징’으로 불렸던 원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2022년 12월 오랫동안 멈춰 서있던 한빛 4호기를 재가동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2038년까지 대형 원전 3기와 소형 모듈 원전(SMR) 1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바야흐로 ‘탈원전’이 막을 내리고 ‘탈(脫)탈원전’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이다. 윤 정부는 이를 ‘뉴(new) 원전’이라 명명했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 속에서 강원도는 어떤 자세와 목표를 가질 것이냐다.

신한울 3·4호기가 들어설 곳은 경북 울진이다. 새로 지어질 원전 4기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 정부가 무산시켰던 과거 계획에는 강원도 삼척이 후보지의 하나였다. 만약 삼척이 다시 후보지로 등장할 경우 강원도는 이를 수용할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부터 방향을 정하고 여론을 모으고 실행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된다.

새 원전이 동해안 쪽에 세워지면 생산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대용량의 송전선이 필요해진다. 이 송전선들은 필연적으로 강원도를 지나게 된다. 지금도 강릉·삼척의 화력발전소 4곳이 발전기를 돌리지 못하고 세워놓고 있다. 5년 전에 개통됐어야 할 동해안~신가평 송전선 건설이 아직도 지지부진한 탓이다. 이런 형편에 대형 원전까지 들어오면 어찌 되겠는가. 이 문제를 풀 열쇠도 강원도가 쥐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원전과 송전선이 가진 잠재력은 무척 크다. 원전 건설과 이후 운영 과정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대량 창출되며 연관 산업들이 생겨난다. 경북도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시작되면 앞으로 8년간 연인원 720만 명의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주민들의 기피 정서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원전 방사선과 송전선 전자계(電磁界)가 인체에 특별히 해롭지 않다는 보고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전문적인 설명이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지자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주민 모두가 수긍할 때까지 끈질기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괴담 세력’에도 훨씬 더 열심히 맞서야 한다. 괴담세력은 자극적인 구호와 허위 선동으로 갈등을 최고조로 키워놓고서 지역 사회가 완전히 황폐해지면 다음 먹이감을 찾아 떠나버린다.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런 행태가 반복돼왔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손놓고 바라만 봤을 뿐이다.

강원도는 경제력과 도세(道勢)가 갈수록 위축돼가고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 원전’은 이런 강원도에 절호의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롭게 펼쳐지는 원전 부활 국면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해득실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최대한 실용적인 판단을 내린 뒤 힘있게 추진해나갈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