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 시장이 말하는 ‘춘천당’은 어디로 갔나
춘천시와 춘천시의회의 갈등과 대립이 자못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 의회와 집행부 사이 소통과 협력은 안 보이고, 불통과 힘겨루기, 당리당략 같은 구태가 두드러진다. 주권자인 춘천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춘천시의회는 최근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별로 보고된 의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각종 현안 사업을 최종 부결시켰다. 이 중에는 춘천시가 국가공모사업으로 국토교통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캠프페이지 개발 사업과 육동한 시장이 의욕적으로 발표해 7월 중 후속 인사가 예정돼 있던 시 조직개편안도 포함돼 있다. 이들 안건이 줄줄이 거부됨에 따라 캠프페이지 개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됐고, 시 행정 조직은 갑자기 길을 잃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멈춤 상태가 됐다.
육 시장이 소속한 민주당 의원들은 시에서 제출한 안건을 통과시키려 찬성 토론에 나서는 등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총 23석 중 13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치국면은 풀리지 않았다. 시 의회 김진호 의장이 회의를 마무리하며 “시와 시의회는 수레의 두 바퀴인데, 소통하지 않으면 수레는 삐걱댈 수밖에 없다”고 한 바로 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해 지자체와 지방 의회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사회든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은 있을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집단 간 타협과 사회 발전은 이뤄진다. 때때로 원만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회의체 안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것 또한 의회 민주주의의 정상적 절차의 하나다. 의사결정기구인 의회와 행정집행기구인 지자체 사이에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한 긴장 관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표결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표결에 부치기 전 토론과정에서 시는 의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고, 의회는 지역과 주민 입장에서 꼼꼼하게 검토하고 결정을 내려야 마땅하다. 이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면, 시와 의회 양쪽 모두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시는 춘천의 백년대계에 해당하는 캠프페이지 개발 사업을 졸속으로 내놓고 무조건 의회에 승인해달라고 밀어붙이는 꼴이었고, 의회는 이성보다 감정에 휩쓸려 시장의 조직운영 및 인사권조차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시가 의회를 거수기로 여기지 않았다면, 의회가 최소한의 시장 재량권을 인정해주었다면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사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는 경쟁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에 가깝다.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에서 두 기관의 입장이 조금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육 시장 또한 취임 초 자신이 여당도 야당도 아닌 ‘춘천당’이라며 그 같은 공동 목표를 강조한 바 있다. 지금 그 원칙, 그 정신을 육 시장은 오롯이 지키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