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잘나가는데⋯‘축구전용구장’ 건립 손 놓은 강원도

강원FC 전반기 돌풍의 팀으로 도약 춘천 평균 관중 지난해比 50% 급증 축구전용구장 주장⋯道 “계획 없다” 일각선 “김 지사 정치적 견해” 비판

2024-06-28     진광찬 기자

강원FC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강원FC는 27일 기준 K리그1 4위(9승 4무 6패 승점 31점)에 올라 있다. 최근 2경기에서는 연패를 당하면서 순위가 떨어졌지만, 지난 15일 마지막 춘천 홈경기에선 7년 만에 5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까지 등극하기도 했다. 다음날 울산이 승점을 챙기면서 ‘일일천하’에 그쳤지만, 강원FC가 한 시즌 5라운드 이후 1위로 올라선 건 역대 최초다. 현재도 선두 울산(38점)과 승점 7점 차로 언제든 1위를 노릴 수 있는 가시권에 있다.

모처럼 호성적을 거두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실제 올 시즌 춘천 홈 평균 관중 수는 6371명으로 지난해(4178명)보다 50% 가량 늘어 유료관중 집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3월 31일(FC서울전)과 6월 15일(수원FC전)에는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원FC가 스포츠 변방인 강원도에서 도민들의 사랑을 받자 자연스레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홈경기를 나눠 개최하는 춘천과 강릉은 각 지역 종합운동장을 활용하는데, 전용구장이 아니다. 육상 트랙이 있어 관중석과 경기장의 거리가 먼 단점이 있다.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축구전용구장이 없는 팀은 강원FC와 수원FC, 김천상무뿐이다.

허영(춘천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4·10 총선 공약으로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재 허 의원은 국비 투입 근거와 투자 방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허 의원실 관계자는 “사전에 파악한 내용들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축구전용구장을 만들 수 있을지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국비를 받을 수 있는 근거 등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K리그 강원FC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사진=강원FC)

반면 도는 전용 경기장 건립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태 지사는 취임 이후 재정 부담과 지역 간 경쟁 과열 등을 이유로 전임도정에서 추진하던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백지화했다. 앞서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연면적 2만912㎡에 1만1000석 규모의 구장을 신축하면 약 53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 체육과 관계자는 “강원도 차원에서 당분간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계획은 없다. 도민 축구단인 만큼 경기를 분산 개최해서 도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춘천, 강릉 모두 종합경기장이지만 가변석을 설치해 팬들이 가까이서 응원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단주인 김진태 지사의 정치적인 견해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만을 택해 축구전용구장을 만들면 다른 지역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나유경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의원은 “춘천, 원주, 강릉 간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김 지사가 지역 눈치를 보느라 무책임하게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춘천은 춘천대로 강릉은 강릉대로 움직이면서 도민구단의 취지와 달리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됐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꼭 건립지가 춘천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강원도 어디든 하나 축구전용구장을 만들어 정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춘천과 강릉을 오가면서 선수단의 경기력이 저하되고 전력에 피해를 보고 있다. 전용구장이 만들어지면 주변 경제효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