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 혈세로?” 춘천시의회 ‘후쿠시마 시의원 징계소송’ 두고 충돌

춘천시의회, 징계 취소 소송으로 재격돌 김 ″소송으로 시민 혈세 낭비되면 책임져야″ 나 ″정당하다면 의장 자비로 소송 진행해야″ 패한 측 소송비용 부담, 징계 타당성과 수위가 쟁점

2023-11-01     최민준 기자

김진호 춘천시의회 의장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은 나유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또 다시 충돌했다. 나 의원이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김 의장이 소송비용으로 시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김진호 춘천시의장은 지난 3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의회는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나유경 의원에게 가장 약한 수위의 징계인 ‘경고’를 내렸다”며 “하지만 나 의원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는커녕 의회를 향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송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장은 “행정소송이 제기된 이상 시의회가 법적 대응을 피해갈 방법은 없지만, 시민혈세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는 없어 자신이 직접 변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 의원을 향해 “이대로 법적 절차를 진행해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거나 시민의 자존심에 상처가 생긴다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 6월 행정사무감사 도중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하는 등 회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로부터 ‘경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나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면 소송비용을 시민혈세로 이용하지 말고 김 의장이 직접 자비로 내면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더불어민주당 나유경 시의원이 지난 6월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걸어놓은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춘천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법한 징계로 의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당사자가 이를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 시민을 위하는 듯 읍소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야말로 악어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윤리위 회부, 본회의 의결 등 절차대로 진행된 사안에 대해 불복해 소송을 진행한 의원 본인이 혈세 낭비를 자초하고 있다”며 “입법부의 일에 사법부를 끌어들여선 안 되며 기각 처리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소송이 결과에 상관 없이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될거라고 보고 있다. 원고인 나 의원이 자비로 변호사 선임비를 지불했지만, 피고인 김 의장 측이 소송에 패할 경우 이에 따른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 의원은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 송달료를 모두 낸 상태다. 승소 측은 패소 측에 자신의 변호사 선임비(440만원 한도)를 비롯한 각종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지역 한 정계 관계자는 “소송에 패한 쪽이 승리한 쪽의 소송비용을 모두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의회가 패할 경우 세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비용은 수백만원일 것”이라며 “불필요한 소송으로 결론이 날지, 부적절한 징계였다고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소송에 진 쪽은 혈세 낭비의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선 징계의 타당성과 수위의 적정성 여부를 이번 소송의 쟁점으로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강일 박제중 변호사는 “징계 사유의 타당성 여부가 인정되는 지가 1차 쟁점, 징계 수위의 적정성이 2차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의원이 의회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의회는 예산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소송 결과에 따라 패소한 측이 승소 측에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