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외고에 이과 생긴다⋯농어촌자율고 전환 추진
강원외고 개교 14년 만에 특목고 지정 취소 문과 위주 교육과정에서 문·이과 운영 특목고 취소 놓고 의견 대립하기도
강원도 내 유일한 외고였던 강원외고(양구)가 특목고 지위를 내려놓고 농어촌 자율학교 전환을 추진한다. 최근 학생 수 감소와 이공계 선호가 뚜렷해진 데 따른 자구책이지만, ‘외고’ 간판을 뗀 후에도 우수한 신입생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않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5일 교육부로부터 강원외고에 대한 특목고 취소 승인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원외고는 개교 14년 만에 일반계 고등학교로 바뀐다.
강원외고는 2016년부터 일반고 전환을 추진해왔다. 교육부가 일반고 전환 승인 절차를 완료하면서 강원외고는 도 교육청에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을 신청하고, 2024년부터 신입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모집은 강원권에서만 이뤄질 전망이다. 학교명은 최소 2년간 유지하고, 추후 변경 여부를 논의한다.
강원외고는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립형 사립학교로 2010년 3월 개교했다.
▶ 특목고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이유는?
서울 지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외고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고는 특성상 문과만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공계 선호가 뚜렷해지며 입시 경쟁력이 떨어지고, 신입생 충원도 어려웠다. 2019학년도 고입부터 외고와 자사고의 신입생 우선 선발권이 폐지되면서 신입생 모으기가 더 어려워졌다.
특히 강원외고의 입학 경쟁률은 2019년 1.59대1 → 2020년 1.22대1 → 2021년 1.08대1로 매년 줄어들더니 지난해 0.86대 1로 미달 사태를 빚었다. 신입생이 미달한 건 개교 이래 처음이다. 올해는 125명 모집에 정원을 겨우 채우면서 미달을 면했다.
주원섭 강원외고 교장은 “외고는 인문계만 운영하니 자연계열 학생을 받을 수 없다. 특목고라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결국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하면 달라지는 점은?
농어촌 자율학교는 자율학교 유형 중 하나다. 학생이 학비를 부담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달리 교육청의 지원을 받는다. 광역(도) 혹은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고, 국어·영어·수학 등 핵심과목을 강화해 일반계고보다 20%가량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공주한일고 등이 농어촌자율학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강원외고가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외고와 달리 수학, 과학 등 이과반까지 운영할 수 있다. 외고 체제에선 안되지만, 일반계고로 전환되면 대학 입학 시 농어촌특별전형 지원도 가능하다. 학생 수용 범위가 넓어지고 국영수 등 교과 과정을 강화하면 지역 내 우수 학생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강원외고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해 얻는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선 강원외고는 강원도 광역단위 모집을 원칙으로 하는 일반고 유형이라 공주한일고(전국 단위 모집) 등과 달리 강원도 지역 학생만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현재 외고 체제에서와 같다. 특목고(외고) 타이틀을 뗀 강원외고에 입학하려고 양구까지 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특목고 취소 갈등⋯고발로 비화
지역사회에선 강원도 유일의 외국어 고등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인구 유입도 줄고, 학교가 위치한 양구군 지역의 기존 일반고와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목고 취소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기찬(양구·국민의힘) 강원도의회 부의장은 강원외고 교장과 이사장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외고 특목고 지정 취소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강원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시 양구군의회와 주민 의견 수렴을 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원외고 측은 특목고 지정 취소 신청은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주원섭 강원외교 교장은 “특목고 지정 취소와 농어촌 자율학교 전환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 학부모와 군의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이 있었다”며 “농어촌 자율학교로 전환하면 강원도 내 우수한 자연계 인재가 타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