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동에 세워진 현대판 ‘철의 장막’의 정체

2023-02-15     이정욱 기자·한재영 국장

춘천시 약사동 한마을이 길이 180m 높이 2.5m에 이르는 철벽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마을 주변에 4차선 도로가 개설되면서 보행자 추락 방지 등을 위해 설치된 안전 펜스인데요.
2022년 1월 도로가 완공됐고, 주민들은 경관 훼손과 이동 불편, 일조권 저해 등을 이유로 철거나 교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춘천시는 현상 유지라는 입장만 고수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정욱 기자 cam2@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신축 아파트와 재개발이 논의되는 주거 밀집촌을 사이에 둔 춘천시 약사동의 한 도로. 

왕복 4차선인 도로 한쪽에는 길이 180m, 높이 2.5m 가량에 이르는 철벽 울타리가 둘러싸여 있습니다. 

2017년 언덕을 깎고 도로 개설이 추진되면서 추락 방지 등을 위해 설치된 안전펜스입니다. 

도로 공사는 물론 소음과 분진 발생을 초래하는 아파트 공사도 모두 끝났지만, 공사 현장 같은 울타리는 여전히 철거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주민들은 안전감보다 답답함과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합니다.

수년째 방치된 울타리가 찢기거나 녹슬어 마을 경관을 해치고, 집 담장과 밀착돼 이동 불편과 일조권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춘천시 약사동 주민]
“(약사 4지구 개발이) 안 끝났다고 해서 철거를 안 해 주는데 진짜 불편해요. 보기도 흉하지만···집 사이에 길이 좁아요. 거기를 억지로 억지로 껴서 이렇게 다니고. 뭘 짐을 들고 이쪽으로 나올 수가 없어요. 길도 다 닦았겠다. 그런데 철거를 안 해주잖아요. 햇빛도 안 들고 그렇죠. 엄청 답답하죠.”

불편을 호소해 온 주민들은 춘천시에 철거나 디자인 펜스로 변경을 요구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해당 지역에 재개발이 예정돼 추가 예산을 들이기 어렵고, 경사진 곳이 있어 안전상 펜스 제거도 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재개발 계획은 아직 시행 인가도 나지 않은 상황.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는 계획에 맞춰진 안전시설과 배제된 주민의 목소리가 행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MS투데이 한재영(촬영‧편집 이정욱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