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올해는 인생역전’ 복권방에서 만난 사람들
MS투데이 창간 3주년 맞은 2023년 1월 연초부터 손님 끊이지 않는 '거리 복권방' 농업인·주부·취준생의 각자 사연과 소망 “자식이 행복하길” “부모님처럼 열심히” 경제 분야에 대한 바람과 자신만의 다짐
연초 각자의 소망을 담은 사람들이 복권방 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복권은 삶을 버티는 ‘작은 희망’이기도 했고 꿈꾸는 ‘행복한 미래’이기도 했다. 또 물가, 금리, 취업 등 국내 경제 시장에 바라는 바도 담겨 있었다. MS투데이는 창간 3주년을 맞아 희망과 미래를 찾아온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올해 시장 전망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5일 오후 춘천 명동 한 복권방. 발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이 속도를 잠시 늦췄다. 가던 길을 돌아온 이도 있었다. “복권 한 장이요”란 말이 끝나자 판매대에서 나온 손이 종이를 건넸다. 5000원짜리 자동 복권이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복권 총매출액은 5조9753억원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지난달 기준 5143만9038명)를 고려했을 때 한 해 한 명당 평균 11만6000원을 복권 구매에 사용한 것이다. 한 시민은 복권을 보고 “일상 속의 작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 속의 작은 희망을 위해 복권방 앞에 모여들고 있었다.
▶ 경제 ‘풍년’을 꿈꾸는 농부
김용기(69)씨는 지역 농업인이다. 그가 복권을 구매하는 건 일과 돈 걱정 없는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를 비롯한 물가 급등으로 농업 비료나 농기계 연료를 사용하는 김씨에게 부담이 크게 늘었다. 그는 “갚아야 할 빚도 있는데 유가에 공공요금까지 너무 올라 농사짓기 참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농기계에 쓰이는 경유는 이제 휘발유보다 비싼 연료가 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춘천 경유 평균가격은 1ℓ당 1807.2원이었다. 전년 동월(1463.4원) 대비 343원(23.5%)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물가 상승도 끝이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강원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분(5.7%)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21.3%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지난해 10월엔 춘천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는 물가가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유가가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도 둔화 흐름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당국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5%로 예상했다. 지난해 5%대에서 다소 하락한 수치다. 김씨는 “물가가 하루빨리 안정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다시 길을 나서던 그는 “복권이나 당첨되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 고금리도 막지 못한 자식 사랑
박영희(54)씨는 자녀 둘을 가진 주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생각나 복권방에 들렸다. 박씨는 “복권 1등에 당첨되면 나도 그렇고 가족 모두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생활이 그리 넉넉지 않은 상황에 자녀의 대학 등록금 등 돈 나갈 데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사실 가계 빚도 좀 있다”며 웃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도 급격히 올려놓았다. 지난해 1월 연 1.25%였던 기준금리는 물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 여파로 1년 새 3.25%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 역시 빠르게 올랐고 2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이 8%를 돌파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14년 만이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오름세 완화가 예상돼 대출 금리도 조금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도 시장안정조치를 규모와 기간에 맞게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추가로 분할상환, 채무조정, 과도한 이자 부담 제한 보호제도 등을 보완 및 도입할 예정이다. 박씨는 “우리처럼 대출 부담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금리가 하루빨리 안정화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외환위기도 이겨냈던 부모님처럼
졸업을 앞둔 권대근(26)씨는 “당첨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구매한다“고 했다. 권씨에게는 복권 당첨보다도 큰 소망이 취업이다. 대학 졸업 후 당차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권씨는 “졸업하면 곧바로 멋진 직업을 가진 사회 일원이 될 줄 알았다”며 “열심히도 해야 하지만 직장 구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춘천의 청년 취업자 수(2만1600명)는 2021년 하반기와 같았다. 감소하진 않았으나 증가한 것도 아니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준 지난해 11월 강원지역 취업자는 8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85만9000명) 1만8000명 감소했다.
지난달 정부 관계부처들이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취업자 예상 증가치는 10만명에 불과하다. 지난해(81만명)보다 약 90% 감소한 숫자다. 청년들의 눈앞이 더 캄캄해지는 이유다.
취업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 기업탐방, 인턴십과 실무 경험용 고용서비스도 도입된다. 구직단념 청년들에게 취업 프로그램과 준비금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당국은 청년 17만명 이상이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씨는 취업 여건 개선과 함께 젊은 세대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외환위기도 이겨낸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도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