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온누리상품권⋯춘천 전통시장 절반서 ’사용 불가’

전통시장 활성화 목적 ‘온누리상품권’ 춘천서 사용 가능한 곳 50%도 안 돼 상인 “사용자 적고 교환 등 번거로워” 소진공 “모바일, 카드 활성화가 중요”

2022-11-08     최민준 기자

"사용자도 없고 번거로워서 안 받습니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춘천 전통시장 절반 이상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춘천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춘천 전통시장 8곳의 점포 1278곳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635곳(49.3%)으로 나타났다. 춘천 점포 중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춘천의 가맹률은 전국 및 강원도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전국 전통시장 점포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61.6%로 전체 점포 21만5453곳 중 12만2772곳에 해당했다. 강원도는 75.7%(8467곳 중 6411곳)였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지류(종이), 전자(카드), 모바일(제로페이) 등으로 분류되며 종이 상품권의 경우 5000원, 1만원, 3만원권으로 발행된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가맹점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 부족에 따라 유명무실한 상품권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춘천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이 4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춘천서부시장 한 점포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에서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춘천서부시장’이었다. 춘천서부시장 전체 점포 281개 중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21개로 7.5%에 불과했다. 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의 낮은 효율성과 전체 점포 중 상품권을 사용할 소매점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방광수 서부코아가구백화점 사장은 “온누리상품권을 받고는 있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서부시장엔 사용할 소매점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시장 2층 내 일반 소매점은 해당 가구점뿐이었다.

가맹률이 저조한 건 서부시장뿐만이 아니다. ‘춘천남부시장(24.4%)’, ‘춘천풍물시장(37.1)’, ‘제일종합시장(48.9%)’도 모두 가맹률이 50%를 밑돌았다. 특히 춘천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네 곳(풍물·서부·중앙·제일종합) 중 세 곳(풍물·서부·제일종합)의 가맹률이 50% 미만을 기록한 것이 춘천 전체 가맹률을 낮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 시장의 점포 수는 782개로 전체의 60.8%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가맹률은 29.1%에 불과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에 사용되는 QR코드. (사진=최민준 기자)

전통시장 특성상 주로 종이 상품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현금 교환 과정이 번거롭다는 주장도 나왔다. 춘천풍물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이 주로 노년층이라 종이 상품권을 많이 사용하는데, 받아도 현금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은행에 가서 교환해야 하니 번거로워 잘 안 받게 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현금 교환, 카드 등으로 점포의 매출이 드러나기 때문에 상인들이 상품권을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춘천 전통시장에서 매출을 숨기기 위해 현금만 받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종이, 카드 상관없이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