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온누리상품권⋯춘천 전통시장 절반서 ’사용 불가’
전통시장 활성화 목적 ‘온누리상품권’ 춘천서 사용 가능한 곳 50%도 안 돼 상인 “사용자 적고 교환 등 번거로워” 소진공 “모바일, 카드 활성화가 중요”
"사용자도 없고 번거로워서 안 받습니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춘천 전통시장 절반 이상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춘천 전통시장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50%도 되지 않았다. 춘천 전통시장 8곳의 점포 1278곳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635곳(49.3%)으로 나타났다. 춘천 점포 중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점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춘천의 가맹률은 전국 및 강원도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전국 전통시장 점포의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은 61.6%로 전체 점포 21만5453곳 중 12만2772곳에 해당했다. 강원도는 75.7%(8467곳 중 6411곳)였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지류(종이), 전자(카드), 모바일(제로페이) 등으로 분류되며 종이 상품권의 경우 5000원, 1만원, 3만원권으로 발행된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가 가맹점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 부족에 따라 유명무실한 상품권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춘천에서 온누리상품권 가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춘천서부시장’이었다. 춘천서부시장 전체 점포 281개 중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21개로 7.5%에 불과했다. 시장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의 낮은 효율성과 전체 점포 중 상품권을 사용할 소매점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방광수 서부코아가구백화점 사장은 “온누리상품권을 받고는 있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서부시장엔 사용할 소매점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시장 2층 내 일반 소매점은 해당 가구점뿐이었다.
가맹률이 저조한 건 서부시장뿐만이 아니다. ‘춘천남부시장(24.4%)’, ‘춘천풍물시장(37.1)’, ‘제일종합시장(48.9%)’도 모두 가맹률이 50%를 밑돌았다. 특히 춘천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네 곳(풍물·서부·중앙·제일종합) 중 세 곳(풍물·서부·제일종합)의 가맹률이 50% 미만을 기록한 것이 춘천 전체 가맹률을 낮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 시장의 점포 수는 782개로 전체의 60.8%를 차지했지만, 이들의 가맹률은 29.1%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특성상 주로 종이 상품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현금 교환 과정이 번거롭다는 주장도 나왔다. 춘천풍물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이 주로 노년층이라 종이 상품권을 많이 사용하는데, 받아도 현금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은행에 가서 교환해야 하니 번거로워 잘 안 받게 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현금 교환, 카드 등으로 점포의 매출이 드러나기 때문에 상인들이 상품권을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춘천 전통시장에서 매출을 숨기기 위해 현금만 받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종이, 카드 상관없이 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