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일 민원서비스 최하위 등급 춘천시⋯폭언·폭행 민원 대비 녹음기 사용

시비 3500만원 투입, 이달부터 녹음기 배포 “대민업무 특성상 항상 폭언·폭행에 노출” “정신적 고통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 위해” 시, 고충 민원서비스 평가 3년 연속 최하위

2022-08-05     허찬영 기자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가 민원인들의 폭언·폭행에 대비해 '공무원증 케이스 녹음기'를 도입했다.

시에 따르면 시비 3500만원을 투입해 이달부터 민원인들의 폭언·폭행 등이 발생했을 때 녹음이 가능한 공무원증 케이스 녹음기를 현장에 배포한다.

공무원증 케이스 녹음기는 슬라이드 버튼을 밀어 올리면 바로 녹음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최대 300시간 녹음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파일은 삭제할 수 있다.

이달에 1차로 282개를 배포할 예정이다. 배포 대상은 민원담당관실 직원 전체와 25개 읍·면·동 대민업무팀이다. 오는 10월에는 본청과 사업소 수요 부서에 2차로 배부할 계획이다.

시가 이같이 조처한 이유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민원인의 행동을 자제하고 직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시가 건수 별로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부서의 공무원들이 폭언·폭행 등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대민업무나 단속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항상 폭언·폭행에 노출돼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오기 전 1차 안전 방어막을 둬 험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조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공무원의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공무원증 케이스 녹음기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춘천시는 올해 초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발표한 '2021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최하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강원도 내에서 유일하게 춘천시가 최하위 등급을 기록했다.

민원서비스 종합평가 항목 중 ‘고충 민원 항목’에서 시는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춘천시민들이 춘천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공무원의 불친절한 업무 태도, 근무 태만, 업무 능력 미달 등에 대한 민원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민원인들의 폭언·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조사를 통해 나온 발표나 시민들의 민원 제기 내용 등을 종합해봤을 때 춘천시의 질 낮은 민원서비스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 민원담당관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민원조정위원회를 계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시민 고충 처리위원회와 같은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담당 직원을 선발해 업무 지정을 하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허찬영 기자 hcy1113@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