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세느라 바빠요“ 여전히 3시 반에 문 닫는 은행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돈 세느라 바빠요“ 여전히 3시 반에 문 닫는 은행들

    거리두기 끝, 은행 영업시간 단축 여전
    춘천 내 지점들도 3시30분이면 문닫아
    직장인 등 은행 이용자들 불만 토로
    금융권 “실내 마스크 해제까지 지속”

    • 입력 2022.09.22 00:02
    • 수정 2022.09.30 09:56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오후 3시. 회사 업무로 은행에 갈 시간도 쉽게 나지 않는 직장인 조모(36‧우두동)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 춘천의 한 은행 지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많은 대기자에 밀렸고 그의 차례가 되기 직전, 3시 30분이 되자 창구 직원은 내일 다시 와 달라며 창구를 떠나 버렸다. 은행 출입문에는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시간이 단축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지가 반년인데 언제까지 거리두기를 핑계로 일찍 문을 닫을 건가"라며 억울해 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4월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춘천을 비롯한 전국 은행들이 코로나 거리두기를 핑계로 단축한 영업시간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비슷한 시기에 영업시간 단축을 시행했던 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등은 거리두기 종료 직후 바로 정상 영업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 은행 16곳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거리두기가 종료됐음에도 영업시간을 정상화한 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지역 은행 지점들도 마찬가지였다. 본지 취재 결과, 신한은행 강원영업부금융센터, NH농협은행 춘천시지부, KB국민은행 춘천지점 등 춘천 내 주요 시중 은행들도 여전히 단축된 영업시간을 고수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은행이 출입구에 영업시간 조정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해뒀다. 영업시간 조정 시행날짜가 지난해 7월부터인 곳도 있었으며, ‘추후 별도 안내 시까지 영업시간 단축을 연장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은행들의 영업시간 단축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춘천의 시중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은행들의 영업시간 단축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춘천의 시중 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직장인 등 사회인들의 은행 방문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도 은행 영업시간은 오후 4시까지여서 안그래도 방문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오후 3시30분 단축해 버리자 은행을 가기 위해 오후 시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오전 시간 역시 9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방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은행 영업 시간이 단축되자 한정된 시간에 고객들이 몰리고, 방문한 고객들의 대기 시간은 더 길어졌다. 대부분의 은행은 영업 시간이 끝나면 대기하고 있던 고객들도 돌려보낸다. 특히 춘천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커 모바일 뱅킹 대신 창구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 이용객들의 불편이 특히 심하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점 내 대기 고객을 10명 이하로 제한해 은행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

    반면 MG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은행은 아니지만 은행 예금과 유사한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시중 은행보다 영업시간이 비교적 길었다. 춘천우체국(오전 9시~오후 4시30분)과 춘천신협(오전 9시~오후 5시) 역시 시중 은행에 비해 영업시간이 길다.

     

    춘천지역 금융기관 영업시간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금융기관 영업시간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영업시간을 단축한 은행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을 이유로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춘천의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 영업시간 단축을 해제하기엔 이르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진 현재 영업시간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고금리 속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6조33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