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계층 찾아 정리수납⋯‘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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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 계층 찾아 정리수납⋯‘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을 만나다

    한 달에 1~2번은 춘천지역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 위해 봉사
    봉사단 창립한 이희순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회장
    “내 가족, 내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봉사, 단체의 힘 느껴”

    • 입력 2022.12.04 00:01
    • 수정 2023.09.07 11:44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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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은 춘천지역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3번째 위치한 이희순 회장. (사진=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은 춘천지역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3번째 위치한 이희순 회장. (사진=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

    “몸은 고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집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25일 오전 춘천 퇴계동의 한 주택.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10명가량의 자원 봉사자들은 집 청소와 정리수납을 하느라 분주했다. 군데군데 널린 옷가지, 택배 상자, 각종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거실은 성인 여성 1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청소 시작 후 4시간이 지나 음식물쓰레기 봉투(10ℓ) 18장, 일반종량제 봉투(75ℓ) 20장을 다 채운 후에야 정리가 끝났다. 

    이들은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으로 작년 봄부터 한 달에 1~2번은 꼭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춘천지역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비롯해 현재까지 30여곳이 넘는 집들을 새 집처럼 깨끗하게 만들었다. 봉사단을 창립한 이희순(60)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회장은 “몸은 고되지만 쓰레기 및 각종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집이 깨끗하게 싹 치워진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을 창립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개인적으로 양로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혼자 하는 것보단 여럿이 함께 다른 사람을 도우면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을 만들었고 봉사에 뜻이 있는 분을 한분 한분 섭외했죠. 초기엔 10명 정도였던 회원이 지금은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항상 내 일처럼 나서주는 회원들 덕분에 지금도 봉사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리수납할 집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나요?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거나 회원들 추천을 받아요. 주로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거나 몸이 불편해서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분들이었어요. 한 번은 70대 후반 어르신 집을 찾아갔는데 김치통 안에 있던 김치가 다 삭아서 물이 됐더라고요. 냄새는 어찌나 심한지 회원들이 헛구역질을 꾹 참고 정리할 정도였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혼자서는 치울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 봉사단의 손길이 필요한 거고 이게 바로 단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단은 어떤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회원들 대부분이 가정주부입니다. 정리수납 봉사활동 특성상 주부들이 청소와 정리를 꼼꼼하게 잘하기도 하고요. 많은 회원들이 현재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 2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사비를 들여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취득했어요. 그래서 빠르고 좀 더 효율적인 집 정리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봉사단이 춘천 퇴계동의 한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지난 25일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이 춘천 퇴계동의 한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봉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르신들이 제 손을 꼭 잡고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싶어요. 내 이웃, 내 가족이 이런 환경에서 살면 얼마나 괴롭고 불편할까를 생각하면서 정리합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하나라도 더 도와드리고 싶어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서 나중에 내가 이분들의 환경에 놓일 수 있잖아요. 지난번엔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우리 봉사단에게 나가라고 지팡이를 휘두르는데 그래도 몇 시간을 설득하고 달래서 집 정리를 하고 왔어요. 봉사단 회비가 1인당 월 1만원인데 이 돈으로 정리함, 바구니 등 정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체력도 많이 소모되는 데다가 자기 돈을 쓰면서 봉사활동 하기가 쉽지 않은데, 회원들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봉사활동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족들은 제가 봉사활동 하는 걸 언제나 지지해줘요. 이게 제가 봉사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봉사해준 회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회원들 얼굴을 닮은 캐리커처를 만들었는데 종이만 딸랑 주는 거보다 액자에 넣어서 주면 더 보기 좋잖아요. 그래서 아들한테 액자 좀 후원해달라고 하니 흔쾌히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가족들 역시 봉사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나 발 벗고 나서줘요.  

    ▶회원들을 부르는 호칭이 특별하다고 들었어요.

    우리 봉사단은 서로를 ‘회장님’이라고 불러요. 회원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상대방을 더 배려하게 되고 듣는 사람은 존중받는다고 느껴 ‘일석이조’입니다. 제가 회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들 역시 서로를 ‘회장님’이라고 부릅니다. 

     

    봉사단의 손길로 깔끔하게 정리된 집의 모습. (사진=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
    봉사단의 손길로 깔끔하게 정리된 집의 모습. (사진=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

    ▶정리수납 외에 다른 활동을 하시는 게 있나요?

    작년엔 쌀을 후원받아서 떡국 떡을 만들었어요. 그걸 판 수익금으로 한과를 만들어서 명절 때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드렸더니 참 좋아하셨습니다. 물론 후원을 받기가 쉽진 않아요. 농사짓는 분들을 찾아가서 묵은 쌀 있으면 1포대만 후원해달라고 집마다 돌아다니곤 했어요. 제 성격이 원래 내성적이고 부끄럼도 많은데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밝고 긍정적으로 변해서 지금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갑니다. 또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제 나이가 올해 60세고 봉사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하고 싶어요. 우리 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춘천지역 어디든 찾아갈 예정입니다. 춘천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립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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