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한잔 주십시오“ 보일러 봉사왕, 오늘도 열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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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나 한잔 주십시오“ 보일러 봉사왕, 오늘도 열일 중

    11년째 춘천 취약계층에 보일러 수리 재능 기부
    야간·휴일에도 봉사, “쉬는 날 없지만 행복해“
    야간 방범 활동·도시락 배달·헌혈 등도 참여

    • 입력 2022.09.04 00:01
    • 수정 2023.09.07 11:44
    • 기자명 진광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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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후평동 한 카페에서 만난 보일러 수리 자원봉사자 조영범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받은 표창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1일 후평동 한 카페에서 만난 보일러 수리 자원봉사자 조영범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받은 표창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인턴기자)

    ”몇시간씩 보일러 수리나 설치를 하면 몸은 많이 힘들죠. 그래도 기뻐하시는 분들 얼굴을 보면 피로가 풀려요.“

    춘천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조영범(49)씨는 퇴근 이후와 휴일마다 보일러공으로 변신한다. 그의 고객은 춘천지역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이다. 그가 받는 보수는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보일러를 본 이웃들의 미소다. 11년째 춘천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봉사(奉仕) 조영범‘이란 별명이 생겼다. 최근에도 추석을 앞두고 춘천 이곳저곳에서 재능을 나누고 있는 그를 1일 후평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씨는 2012년 봉사를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228곳의 수리 현장을 다녔다. 조씨 덕분에 보일러를 수리한 가정만 49곳이나 된다. 보일러 수리와 교체가 전문이지만 집 누수나 전기, 콘센트 등 웬만한 시설물을 다 고친다. 그는 “보일러를 고치러 가서도 다른 물건이 망가진 것은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평소 보일러 수리공과는 상관없는 직종에서 근무한다. 그렇지만 매번 3~4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남의 집 보일러를 돈 안 받고 고쳐준다. 사설 업체에 맡기면 수십만원이 드는 일이다. 조씨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 일을 어찌 마다하겠나”라며 “급히 수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직장에 있을 때 달려가지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조씨는 이전 직장에서 보일러를 다룰 수 있는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보일러 라인 누수 정도만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의 망가진 보일러를 보고 그냥 돌아설 수 없어 혼자서 계속 공부했다. 현재는 ‘에너지관리산업기사’와 ‘에너지관리기능장’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 조씨는 “보일러 설치와 교체는 물론 바닥 난방, 배관까지 손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조영범씨가 의뢰 받은 보일러 배관 수리를 하는 모습. (사진=조영범씨 제공)
    조영범씨가 의뢰 받은 보일러 배관 수리를 하는 모습. (사진=조영범씨 제공)

    보일러 등 시설 수리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까. 그는 “보일러 교체처럼 큰 금액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원봉사센터, 주민센터 등 도비 및 시비를 지원받는다”면서도 “기름값이나 간단한 부품들은 사비를 쓴다”고 했다. 

    조씨에게 노력과 재능을 합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RCY 활동을 하고 봉사부장을 맡았다. 사회에 나와 여유가 부족해 봉사하지 못했으나 꾸준히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결혼 후 아이들도 크면서 봉사를 시작할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이런 가장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한다.

    조씨의 봉사활동은 보일러, 집수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현재 방범대 활동으로 야간 순찰 봉사를 하고, 사회보장협의체에서 해마다 김장 봉사, 도시락과 배달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 50회 정도의 헌혈을 하기도 했다.

    조씨는 “쉬는 날이 하루도 없지만, 여러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하다”며 “춘천지역에 또 다른 봉사활동이 눈에 띄면 어느 순간 그곳에 가 있을 것 같다. 제 몸이 따라주는 날까지 꾸준히 봉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춘천 곳곳에서 그의 봉사 발자취는 오늘도, 내일도 현재진행형이다.

    [서충식 기자·진광찬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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