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문가가 보드게임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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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전문가가 보드게임에 꽂힌 이유

    지역개발 연구하는 임혜순 꾸림 대표
    주민 교육 돕기 위해서 보드게임 이용
    게임으로 주민 참여 중요성 알리기도
    어려워하던 주민도 게임 교육에 흥미

    • 입력 2023.05.22 00:01
    • 수정 2023.09.07 11:34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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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보드게임이 있다. 카드에 적힌 도시재생, 지역 공동체, 주민 협의체 같은 단어를 외치며 상대의 패를 맞춘다. 카드에 적힌 단어를 읽고 설명하다 보면 우리 마을에 어떤 정책과 시설이 필요한지 저절로 익히게 된다. 지역개발·재생 컨설팅 회사 꾸림이 만든 '고 피쉬'라는 게임이다. 임혜순 꾸림 대표는 "어려운 정책을 주민들이 더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드게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꾸림이 최근 하는 일은 춘천 어느 동엔 어떤 장점이 있고, 발전을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분석하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정확히 들어보고자 보드게임을 활용했다고 한다. 임 대표를 만나 주민 참여를 통한 지역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꾸림'의 임혜순 대표. (사진=최민준 기자)
    지역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꾸림'의 임혜순 대표. (사진=최민준 기자)

    Q. 꾸림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꾸림은 2014년 1월 문을 연 후 지역 활성화와 관련된 연구, 컨설팅, 교육을 통한 지역사회 재생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예요. '지역과 더불어 행복하게 일하기'를 꿈꾸며 지역개발, 도시재생,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죠. 주기적으로 세미나와 교육을 개최해 사업 대상 지역 주민들의 관계 개선, 교류를 돕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지역개발 방식을 보고서로 만들어요.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주민 참여가 중요한 이유와 도시재생 사업의 의미에 대해 교육도 하죠. 주민 참여를 전제로 내가 사는 곳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시도입니다.

    꾸림은 보드게임 업체와 협력해 보드게임 '고 피쉬'에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를 접목시켜 주민 교육에 이용하고 있다. (사진=꾸림 제공)
    꾸림은 보드게임 업체와 협력해 보드게임 '고 피쉬'에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를 접목시켜 주민 교육에 이용하고 있다. (사진=꾸림 제공)

    Q. 어떻게 해서 보드게임을 활용했나요?

    사업 대상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해요. 도시재생이란 말이 주민들에게 확 와닿는 게 아니잖아요.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새로운 자원을 활용해 다시 활성화시키는 게 도시재생이거든요. 근데 그렇게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러다 우연히 보드게임이 눈에 띄었고 '저걸로 설명하면 더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시도했던 게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었죠.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을 이용해 특정 목적을 이루는 걸 말해요. 카페에서 도장 쿠폰, 은행에서 몇 명 이상 모이면 우대금리를 주는 것도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이죠.

    주민들이 가상의 마을을 건설하는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진=최민준 기자)
    주민들이 가상의 마을을 건설하는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진=최민준 기자)

    Q. 게임은 어떻게 진행되죠?

    고 피쉬’라는 보드게임이 있어요. 내가 가진 카드를 상대도 가졌는지 맞추는 게임인데 역사, 동물 등 카드 종류가 여러 가지예요. 이 게임을 만든 보드게임 제작 업체와 협력해 도시재생이란 주제를 추가했어요. 주거 복지, 일자리 등 도시재생에 필요한 요소나 현상이 카드에 적혀있죠.

    도시재생과 관련된 키워드와 문구를 게임에 적용해 우리 동네의 문제점, 이미지, 바라는 것들을 떠올리는 게임이죠.

    ‘커뮤니티’라는 게임을 가상 도시 건설에 응용하기도 했어요. 

    Q. 주민들과 게임을 하시던데.

    게임으로 주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친해지다 보니 어떤 분은 2~3시간씩 전화해 본인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세요.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절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죠. 

    다들 게임이라는 자체에 너무 즐거워하세요. 저녁 내기까지 하시던데요. (웃음). 그 과정에서 게임에 사용된 단어와 설명들이 기억에 남는 거죠. 게임을 통해 의견을 모아 사업 계획서를 만들려고 시작한 일인데 저 역시 보드게임에 관한 관심이 커져 관련 자격증도 땄어요. 회사 직원 여럿도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죠. 

    마무리 후 이런 게 바로 마을 만들기라는 점을 설명해 드립니다. 실제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지금처럼 하시면 된다고, 필요한 게 무엇이고 아쉬운 게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내비치시면 된다고요.

    주민들이 춘천의 대표적 요소들을 그려 넣은 카드도 게임 교육에 사용된다. (사진=최민준 기자)
    주민들이 춘천의 대표적 요소들을 그려 넣은 카드도 게임 교육에 사용된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춘천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지금 갖고 있는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죠. 효자동엔 청소년 수련관이 있어요.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서로 어울리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죠. 그런데 낮엔 텅 비잖아요? 그래서 그 동네에 사는 어르신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더라고요. 와서 간단한 건강검진도 받고 서로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거죠. 춘천엔 빈 상가도 많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못한 공간이 많아요. 이런 곳들을 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야겠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도록 돕고 싶어요. 저희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도록 지역개발 방식을 설계할 수 있게 말이죠. 모두가 지역 활동 참여를 즐기고 놀이처럼 여기는 춘천이 되길 바랍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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