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5000원 ⋯‘착한가격업소’도 가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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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00원→5000원 ⋯‘착한가격업소’도 가격 올린다

    8월 외식 물가 전년 대비 8.8% 올라
    춘천 착한가격업소들도 못 버티고 가격 인상
    사실상 손해보면서 장사, 시민들은 "고맙다"

    • 입력 2022.09.29 00:02
    • 수정 2022.09.30 06:57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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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춘천 한림대 인근 진미식당. ‘착한가격업소’라고 적힌 문패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걸린 차림표는 세월을 보여주듯 군데군데가 찢어져 있었다. 식당 내 메뉴판의 가격 부분에 새 종이가 붙어있었다. 새로운 가격을 표기하기 위해 메뉴판을 고쳤기 때문이다.

    20년째 영업 중인 진미식당은 지난 3년간 백반 가격을 4500원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다 올해 4월 모든 메뉴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 가격 조정으로 닭갈비볶음밥은 기존 5000원에서 5500원, 된장찌개는 4500원에서 5000원이 됐다. 식당을 운영하는 A(58)씨는 “재료비만 한 달에 250만~300만원이 들어 가격 500원을 올려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여파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음식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춘천시내 ‘착한가격업소’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후평동 진미식당을 비롯해 효자동 ‘봉실스넥’과 석사동 ‘가정식당’ 등 4000~5000원대 백반 가격을 유지하던 식당들도 최근 2~3개월 사이 500~1000원씩 가격을 올렸다. 

    봉실스넥을 운영하는 B(80)씨는 “3개월 전에는 식용유 18ℓ 한 통 가격이 3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6만원이 넘는다”며 “재룟값이 너무 오르니 열심히 가게를 운영해도 지난달에는 200여만원의 적자가 났다”고 호소했다. 이달 기준 춘천에서 유통되는 식용유(1.5ℓ) 가격은 올해 4월(5635원) 대비 1219원(21.6%) 상승한 6854원이었다. 

    이 식당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에도 오랜 기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던 곳들이다. 피치 못해 가격을 올렸어도 여전히 다른 식당들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시민 반응은 가격 인상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안타깝다는 쪽이다. 진미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김모씨는 “물가가 몇년새 급등했는데도 오랫동안 가격을 유지해 온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로 지역 내 '착한가격업소'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후평동 한 식당 메뉴판의 숫자가 새로 쓰여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물가 상승의 여파로 지역 내 '착한가격업소'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후평동 한 식당 메뉴판의 숫자가 새로 쓰여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강원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09.97로 전년 동월(103.08) 대비 6.7% 상승했다. 외식 물가도 함께 올랐다. 강원물가정보망 자료를 보면, 지난달 춘천지역 평균 자장면 가격은 5875원으로 전년 동월(5000원) 대비 875원(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설렁탕(8250원→8750원), 불고기(1만원→1만1333원) 등의 대표적인 외식 메뉴의 평균가격이 모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착한가격업소는 물가 안정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춘천시가 선정한 우수 소상공인이다. 선정되면 지자체에서 종량제 봉투 지급, 수도요금 할인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업소들을 대상으로 반기마다 평가를 진행한다.

    본지가 확보한 춘천시의 ‘착한가격업소 세부평가 기준’에 따르면 100점 만점 중 ‘가격안정 노력’ 항목의 배점은 15점이다. 가격동결 6개월 미만일 경우 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올린 착한가격업소들이 다음 평가 때 착한가격 업소 지위를 잃을 우려도 있다.

    착한가격업소들은 오랫동안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가족 경영과 본인 소유 점포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수익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이들은 사실상 손실을 보면서 장사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희(79) 가정식당 대표는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라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순수익이 거의 없다”며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돼 계속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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