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특별해질 ‘지도’ 그래서 행복해질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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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특별해질 ‘지도’ 그래서 행복해질 ‘지도’

    • 입력 2023.05.26 00:00
    • 수정 2023.05.26 09:00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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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우여곡절 끝에 육림고개 춘천일기 매장을 열고 가장 먼저 했던 프로젝트는 바로 청년몰 조성사업단의 의뢰로 육림고개 골목 지도를 만드는 거였다. 

    시장이나 관광지에서 홍보 목적으로 나눠주는 지도들은 사실 대부분 리플렛 형태다. 매장 이름, 주요 메뉴, 여기에 알록달록한 제품 사진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한 마디로 광고 전단 같은 느낌의 지도들이 많았다. 

    우리가 육림고개 지도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바로 이 부분이다. 

    한 번 보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지도가 아니라, 누구나 간직하고 싶은,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지도를 만드는 것! 그렇기 위해서 차별화되어야 하는 건 바로 디자인이었다. 

    우선 사이즈부터 다르게 기존의 홍보 지도보다 훨씬 더 컴팩트한 사이즈로 접었을 때 한 손에 쏙 들어가는 미니 접이식 지도를 만들었다. 

    육림고개만의 아날로그 감성과 빈티지한 느낌을 살려, 종이도 흰 종이가 아니라 살짝 빛바랜 듯한 느낌의 노란 질감을 담았고, 무엇보다 손 그림으로 가게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살려내 그 자체만으로도 춘천 여행을 담아낸 굿즈가 될 수 있게끔 완성도를 높였다.

    육림고개란 이름이 지어지게 된 육림극장을 출발점으로 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의 모든 가게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고, 아주 사적인 속초 지도를 그린 동아서점의 이수현 작가님께 손 그림 작업을 부탁드렸다. 

    마침 작가님도 춘천서 학교에 다녀 춘천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계셨던 터라 흔쾌히 작업에 동참해주셨다. 

     

    특별해질 ‘지도’ 그래서 행복해질 ‘지도’. 기억을 걷는 시간, 육림고개. (사진=최정혜)
    특별해질 ‘지도’ 그래서 행복해질 ‘지도’. 기억을 걷는 시간, 육림고개. (사진=최정혜)

    지도 뒷면에는 청년몰 가게를 소개하는 글들을 넣기로 했다. 대부분 이런 자료는 가게 사장님들께 형식에 맞춘 소개 문구를 요청해서 정보를 취합한 뒤 간단히 수정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누구도 읽고 싶지 않은 글을 담기는 싫었다. 전 직장에서 에디터로 함께 일했던 친구 두 명을 닭갈비로 섭외해 여행잡지 에디터가 핫플레이스 취재를 하듯 가게 사장님들을 직접 찾아뵙고, 여의찮은 경우 전화로 인터뷰하거나 메일로 자료를 전달받아 가며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뜨개질하듯 뒷면을 채워갔다. 

    빠듯한 프로젝트 기간을 맞추느라 영업시간엔 손님들을 마주하고 매장을 마친 후엔 지도작업을 진행했다. 퇴근 시간은 번번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회사 다닐 때보다 두 배쯤은 더 바쁘고 몸은 고단했지만 아무도 없는 골목 위로 반짝거리던 육림고개의 조명과 우리를 비춰주었던 달빛 한 조각이 언제나 퇴근길을 함께해주었다. 정말이지 큰 위로이자 선물 같았다.

    우리의 경험을 담아 접이식 지도의 표지의 앞면은 낮, 뒷면엔 밤의 골목이 그려졌다. 고갯길의 작은 강아지 한 마리, 골목길의 조명까지 라인 소묘로 새겨진 육림고개 골목 지도가 드디어 완성되었고, 결과는 모두가 대만족. 

    육림고개에 있는 매장들뿐만 아니라 춘천역에 있는 관광안내소, 춘천시 곳곳에서 지도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지도를 어디 가면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물어 춘천일기 매장까지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그리고 이 지도는 춘천일기가 단순히 기존의 로컬상점, 엽서와 자석을 파는 기념품 가게가 아니라 로컬디자인 스튜디오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감사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최정혜 필진 소개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춘천에서 눌러살게 된 춘천 찐덕후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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