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서] 1. 춘천서 하루 식비 1만원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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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보고서] 1. 춘천서 하루 식비 1만원으로 살아보기

    • 입력 2021.11.28 00:02
    • 수정 2021.12.01 11:20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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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오르는 물가, MZ세대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어려운 통계와 난해한 용어 대신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쉽고 재밌게 풀어봤다. MS투데이는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취재한 ‘살아보고서’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월급이 동났다. 긴축재정이 시작됐다. 과거엔 일주일간 1만원으로 생활하는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지금은 턱도 없는 소리다. 냉장고엔 아무것도 없다. 외식으로만 보내는 하루, 만원짜리 한 장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시대다.

    ▶아침 1000원, Do you like ‘두유’

    오전 8시 편의점, 기자는 190㎖ 두유 한 팩을 구매했다. 가격은 1000원이다. 대두(콩)를 원료로 하는 두유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공복감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간식 정도였다. 제대로 차려 먹은 아침이 아닌 탓에 조금 후 배가 고파졌다. 점심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았다.

    오전 8시 편의점에서 190㎖ 두유 한 팩을 구입한 후 1000원을 지불했다. (사진=배지인 기자)
    오전 8시 편의점에서 190㎖ 두유 한 팩을 구입한 후 1000원을 지불했다. (사진=배지인 기자)

    ▶점심 3000원, 선배는 ‘자장면’이 싫다고 했다
    외식 물가를 살펴보기 위해 점심은 식당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식 한 끼에 7000~8000원은 기본이다. 과연 저렴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회사 인근 식당의 가격을 살펴봤다. 뼈 해장국 8000원, 쇠고기국밥 8000원, 짬뽕 8000원, 장 칼국수 7000원, 콩나물국밥 4500원 등의 선택지가 눈에 들어왔다. 

    행정안전부의 ‘착한가격업소’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시군구별 착한가격업소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11년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5866곳, 도내에는 368곳, 춘천지역에는 39곳이 착한가격업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춘천의 착한가격업소 중 가장 저렴한 음식은 3000원짜리 자장면으로 검색됐다. 점심인 만큼 2000원짜리 토스트는 제외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지역 자장면 평균가격은 5278원이다. 5년 전인 2016년 10월(4500원) 대비 778원(17.29%) 올랐다. 기자는 평균가격보다 2278원 저렴한 자장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때, 팀 점심 회식이 잡혔다.

    만원으로 하루 살기를 체험하고 있는 기자 때문에 메뉴는 자연스레 자장면이 됐다. 가장 저렴한 음식을 먹기 위해 멀리 가는 것이 눈치 보였지만 동료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를 검색해서 찾아간 중화요리점의 3000원짜리 자장면. (사진=배지인 기자)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를 검색해서 찾아간 중화요리점의 3000원짜리 자장면. (사진=배지인 기자)

    해당 중화요리점은 회사에서 약 5.1km 떨어져 있었다.

    아반떼 19년식을 소유한 동료 기자 자동차의 연비는 12㎞/리터(ℓ) 정도다. 동료는 유류세 인하 후 ℓ당 1659원에 휘발유를 넣었다. 왕복 10.2㎞에 1410원 정도의 기름값이 드는 셈이다. 다행히 기름값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장면으로 만족할 수 없던 선배와 동료는 미니 탕수육(1만원)을 추가 주문했고, 어쩔 수 없는 강력한 권유로 두 조각을 먹었다.

    ▶식간 2000원, 졸려서 ‘아아’ 소리 날 땐 ‘아이스 아메리카노’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이다. 세계 인구 연간 1인당 소비량(132잔)의 3배에 달한다.

    점심 후 휴게실 커피추출기 앞으로 간 순간, 냉동고 속 얼음이 다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를 고집하는 기자는 오후를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카페라도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회사 인근 카페에서 판매하는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 (사진=배지인 기자)
    회사 인근 카페에서 판매하는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 (사진=배지인 기자)

    ‘밥보다 비싼 커피’는 수두룩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와 각 커피전문점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2014년 1월과 이달(11월)의 아메리카노 가격을 비교했다.

    탐앤탐스의 아메리카노(톨 사이즈) 가격은 3600원에서 4100원으로 500원(13.89%) 올랐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톨 사이즈)는 3900원에서 4100원으로 200원(5.13%) 비싸졌다. 할리스커피 아메리카노(레귤러 사이즈)도 마찬가지로 3900원에서 4100원으로 200원(5.13%) 가격을 올렸다.

    결국, 2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살 수 있는 회사 인근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저녁 4000원, 식비 아낄‘라면’...결국 ‘라면’
    예상치 못한 커피 지출로 저녁 식비가 4000원 남았다.

    퇴근길에 편의점을 다시 찾았다. 컵라면(900원)과 삼각김밥(1500원), 보리차 음료(1600원)를 골랐다. 예정된 하루 식비를 모두 소진하는 순간이다.

    편의점에서 저녁을 위해 컵라면, 삼각김밥, 보리차음료를 고르자 4000원이 나왔다. (사진=배지인 기자)
    편의점에서 저녁을 위해 컵라면, 삼각김밥, 보리차음료를 고르자 4000원이 나왔다. (사진=배지인 기자)

    기자가 고른 라면은 1982년 11월에 출시돼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10년 전인 2011년 11월 이 라면 가격은 78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됐다. 출시 당시 판매가(편의점 기준)는 약 300원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600원(200%)이 오른 셈이다.

    삼각김밥은 어떨까. 

    이달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110g)이 1000~12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약 150g의 삼각김밥은 1400~1700원 정도였다. 기자가 선택한 제품도 151g의 큰 삼각김밥이다. 2011년 편의점에서는 참치마요네즈가 들어간 삼각김밥(110g)이 800원 정도에 판매됐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진다. 외식비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강원지역도 3.7% 올랐다.

    서민 음식으로 꼽히던 자장면, 김밥, 라면 등도 그 애칭이 무색해졌다.

    ‘만원의 행복’은 옛말이 됐다.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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