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내 지역 격차가 확연하다. 남부권과 북부권을 비교해 속칭 ‘마천루’와 ‘슬럼가’로 불리는 지경이다. 균형 개발, 균형 발전과 같은 점잔빼는 말은 외려 낯설다. MS TODAY의 1면에 실린 춘천 시내의 야경은 뜨는 곳과 지는 곳, 발전과 낙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하게 불 켜진 남부권 부도심과 어둠이 짙게 깔린 북부권 원도심은 표현 그대로 불균형이다. 지역 균형은 정부 차원의 점유물이 아니다. 지방은 지방 단위에서, 기초단체는 기초단체 단위에서 나름 삶터의 안정성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균형 발전을 꾀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을 낳는다면 좀 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박탈감을 덜기 위한 보듬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춘천은 탈바꿈 중이다. 퇴계동·강남동·동내면을 포함한 남부권은 각종 개발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상황이다. 아파트 단지, 교육 시설, 도로망 등의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덕분에 상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대로 사북면·신북읍 등의 북부권은 정체다. 강원도청의 이전은 남북 격차를 한층 심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동남쪽인 동내면에 들어설 도청 신청사 건립과 맞물려 ‘행정타운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도청 공무원 1700여 명은 이동할 수밖에 없다. 도교육청, 금융기관 등 여러 기관이 옮겨갈 예정이다. 현 도심을 찾던 시민들은 신도시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다. “원도심의 쇠락이자 마침표”라는 명동과 중앙로 일대 시민들의 우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춘천 불균형은 요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결과물이다. 예컨대 1990년대 중반 농업용지나 산림지역에 일반주택을 지을 수 있는 준농림지역제도가 운용되면서 무엇보다 우선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파트는 도시의 상징물이다. 중앙고속도로와 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도심의 확장 욕구가 분출했다. 중심권이었던 북부권이 개발 순위에서 밀렸다. 역대 도지사나 시장이 내놓은 행정복합타운, 기업혁신파크 등 굵직한 사업지 공약은 줄곧 남부권을 겨냥했다. 북부권은 그렇게 관심에서 멀어졌고, 젊은이들은 빠져나가고 있다.
춘천 내 지역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도심이 뜨면 원도심이 가라앉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같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의회에서 뒤떨어진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조례’를 마련했다. 늦었지만, 환영한다. 시와 의회는 부도심에 신경 쓰듯, 강원의 전통과 특색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원도심에도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수부 도시인 만큼 특별자치도 역시 나서야 한다. 춘천 로컬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지역 불균형은 소외를 낳고, 분열을 부른다.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