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농어촌 작은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인 가운데 춘천의 한 작은 학교 입학생이 1년 사이 3배가량 늘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중심이 된 학교는 1943년 춘천 동산면에 문을 연 조양초등학교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농촌학교로 전체 학생 수가 60명이 채 되지 않고 한때 통폐합 대상이기도 했다. 지난해 입학생 수도 5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4명이 입학해 신입생이 세 배가량 늘었다.
신입생 없는 강원지역 초등학교가 19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양초등학교가 위기를 극복한 것은 차별화된 교육 과정의 효과로 분석된다.
조양초등학교 전교생 56명 중 80%인 중 43명이 후평동과 삼천동, 학곡리 등 춘천 도심 지역에서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이다. 집 근처가 아닌 학교를 선택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다양한 방과후학교(늘봄학교) 프로그램에 높은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조양초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한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 전까지는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학생들을 책임진다. 골프부터 태권도, 미술, 영어, 방송댄스 등 프로그램 종류만 16개에 달하고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조양해오름 오케스트라'다. 조양초 학생이라면 3학년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사실상 전교생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모두가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악기를 평생 취미로 삼게 돼 중·고교 진학 후에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 남짓이라 맞춤형 교육 등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기 요소다. 일대일 교육 등으로 교육활동 만족도 조사가 90%를 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수업도 사실상 과외 수준이라고 학습 부족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조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도심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생태교육도 조양초만의 매력을 더한다. 학생들은 옥수수와 고구마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등 자연친화형 체험 프로그램을 철마다 진행한다. 농촌지역 특성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이 학력뿐 아니라 건강과 인품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매우 높다. 2명의 자녀를 조양초에 보낸 학부모 김가영(42. 춘천시 학곡리) 씨는 재학생을 통해 조양초를 알게 됐다. 업무로 만나게 된 한 아이가 "학교에서 드럼, 첼로, 피아노에 골프까지 다 가르쳐 준다"고 자랑을 하면서다. 당시 김 씨의 첫째 아이는 춘천에서 일명 학군 좋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둘째도 같은 학교로 배정, 예비소집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조양초를 다니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둘째 입학을 결정했다. 이후 둘째가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첫째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경험해보라"며 6학년 2학기 때 전학시켰다. 셋째 아이는 조양초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어 자녀 모두 조양초 동문이 될 예정이다.
춘천시내 학교까지 경험해봤던 김 씨는 "조양초 자랑은 며칠이 걸려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먼 거리와 그에 따른 안전 문제, 적은 학생 수로 인한 교우관계 등이 걱정될 텐데 오히려 시내 학교보다 낫다"며 "하교 후 '학원 돌리기'만 해도 20분이 넘게 걸리고 개인 운행 차량은 안전상의 우려도 있는데 조양초는 교육청 통학버스를 이용해 안전하고 학업수준은 물론 교우관계도 끈끈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물질로 계산할 수 없는 선생님의 사랑이 엄청나다"며 "소수 인원이라 교직원과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하게 신경쓰고 사랑도 마음껏 표현해준다"고 덧붙였다.
조양초의 슬로건은 전교생 모두 감동을 주는 힘(HIM)이다. 힘(HIM)은 똘똘한 어린이(학력·Intelligence), 딴딴한 어린이(건강·Health), 따뜻한 어린이(인성·Morality)에서 각각 첫 글자를 땄다.
학력과 체력, 인성까지 책임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거리와 상관없이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몇해 전에는 입학생 수가 저조하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조양초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는 입학생이 대폭 늘어나 세쌍둥이가 한 번에 입학하기도 했다.
윤미연 조양초 교감은 “학교장이 바뀔 때마다 비전도 바뀔 수 있지만 조양초는 이러한 과정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조양초를 선택한 학부모가 80%에 달하는데 아이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전교생 모두 감동을주는 힘이다
아이들이 행복한세상 이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