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작가가 작업실 변화에 따라 달라진 자신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생활 환경이 달라질수록 성체의 크기가 달라지는 비단잉어처럼, 작업실 환경이 달라질수록 새 전환을 맞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0대부터 70대까지 지역 여성 예술인을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갤러리 느린시간의 릴레이 전시가 50세 한국화가 이효숙을 주목한다. 박복균 서양화가, 이완숙 조각가에 이은 세 번째 전시다.
내달 4일까지 춘천 갤러리 느린시간에서 열리는 ‘그녀들, 작업+실’ 이효숙에서는 작가의 생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의 변화 양상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전시회는 작가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그 속에 녹아있는 인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결혼을 하면서 작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육아에 전념하던 작가가 그림 공부를 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30대 중반이다. 2014년 홍대 미술대학원을 마친 그는 이듬해 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과 춘천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작업 공간 변화에 따라 작품세계도 전환기를 맞았다. 첫 작업 공간은 아이들을 함께 돌봐야 해 아파트 거실 한쪽에 꾸려졌다. 이후 전시 기회가 늘면서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다.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독립 환경이 조성되면서 집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2022년에 춘천예술촌이 생기면서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2년을 보내게 됐다. 작은 작업실에서 할 수 없었던 대형 작업을 시도할 수 있게 됐고 평론가를 만나며 작업의 방향성이 확장됐다.
작가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화두로 작업을 하고 있다. 무엇을 비우고 채워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결과나 성과보다 작업 과정에서 얻는 만족에 집중한다. 그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대상들은 별난 것이 아니다. 낡은 행주나 오래된 박스와 같이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것들이다.
그의 작품은 대상에 스며든 오랜 기억들이 펼쳐놓거나 감정들을 따라가며 시간의 의미에 집중한다. 느리지만 인내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 자신과 닮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효숙 작가는 “작업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작업하고 있다”며 “단순한 형상으로 재현된 사물을 통해 복잡한 감정과 일상의 이야기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