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폴란드의 시인 치프리안 노르비트(Cyprian Kamil Norwid)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먹고사는 일’, ‘재미있는 일’, ‘의미 있는 일’ 세 가지가 필요하며, 셋 중 하나가 부족하면 삶은 드라마가 되고, 두 가지가 부족하면 비극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일’을 학교의 측면에서 보면 진로교육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2023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2022학년도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은 1.9%로, 전년 대비 0.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학업중단 역시 증가했다. 일반대의 경우 2020년 4.6%, 2021년 4.9%, 2022년 5.2%로 상승했으며 전문대는 2020년 7.6%, 2021년 8.1%, 2022년 8.6%로 늘었다. 휴학률도 장기적으론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2022학년 기준 수도권 대학 휴학률이 26.7%, 비수도권이 23.5%였다. 진로 선택 후 다른 길로 가기 위한 학업 중단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시간과 기회비용이 낭비돼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좋은 대학 가기’의 진로 패러다임을 바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생 자신에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학교부터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 탐색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와 교육지원청 진학지원센터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중학교 1학년 2학기에는 자유학기제로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고교로 진학하고 취업이나 대학 전공 선택을 하였으면 한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저서 ‘의미의 시대’에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 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더 많은 성과 급이나 더 화려한 사무실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간의 자율성과 존엄성이다”라고 말했다.
자율성과 존엄성 모두가 필요한 가치지만 존엄성이 더 선행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존엄성은 선택한 사람 개인의 몫이어도 안 된다. 부모 등 주변인들이 학생이 선택한 진로에 대해 존중해 주어야 진정한 존엄성이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권과 존엄성을 높여주는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진로 선택의 혼란을 줄이고, 앞으로 다가올 사회가 어떤 변화의 모습을 띠더라도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정립하는 큰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나중에 취업하거나 상급학교 진학을 선택할 때,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개입으로 본인이 원치 않는 길로 접어들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고 ‘인간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진로 선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꿈을 갖고 진학해야되는데 오로지 대학입학이 목표고 취업 잘되는곳이 목표니 경쟁률만 높아지고 지방대학은 사라지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