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김 할머니는 잘 계시나? 요 며칠 안 보이시네⋯.”
18일 오후 찾은 춘천 소양동의 한 요양원에서 만난 할머니가 방을 찾아온 원장에게 물었다. “건강하게 잘 계세요. 걱정 마세요~” 원장은 익숙한 듯 입소자들과 대화하며 방을 나섰다. 건물 2~3층에 마련된 생활 시설은 총 10개 호실로, 어르신 26명이 입소해있다. 60대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이 요양원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이 뛰놀던 곳이었다.
규모도 상당했다. 2007년부터 5층 건물 전체가 어린이집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로 경영이 악화됐고, 지난해 2월 폐원했다. 어린이집 대표는 대신 요양원을 차려 새로 운영 중이다. 어린이집 시절부터 운영해온 이혜영 대표는 “춘천에서는 나름 큰 규모로 운영되던 어린이집이었다. 한때 유치원생이 150명까지 모이기도 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나중에는 20명만이 남아 폐원할 수밖에 없더라”며 “지금은 수요에 따라 요양원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운동기구, 보조 시설 등을 들여 새롭게 꾸몄지만, 어린이들이 쓰던 색연필, 악기 등 교구는 그대로 어르신들의 놀이 활동에 쓰이고 있다. 블록 쌓기, 색칠하기, 음악 교실 등 어린이집과 요양원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다.
교육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새로 땄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보람찼지만, 점점 신규 원생이 안 들어오니 큰 금액의 손실이 났다”며 “이제는 대상을 바꿔 어르신들께 접목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동 보육시설이 요양원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기관 전환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된 사례는 총 194건에 이른다. 유치원과 노인의 합성어인 ’노치원‘이라는 합성어도 등장했다.
강종수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돌봄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 변화”라며 “새롭게 시설을 짓기 보다 기존에 유휴시설로 남아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용도 변경해서라도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에 해당하는 초고령화 도시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춘천지역 고령화 비율은 20.46%로 지난해 19.46%보다 상승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