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외길 목수의 집념이 만든 ‘움직이는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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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외길 목수의 집념이 만든 ‘움직이는 한옥’

    50년 경력 목수 ‘한옥캠핑카’ 변영탁 대표
    평생 배운 한옥 기술로 캠핑카 내부 꾸며
    보일러·에어컨 등 직접 실험하고 설치까지
    목수 기술 전파 위해 유튜브 채널도 운영

    • 입력 2023.06.03 00:02
    • 수정 2023.09.07 11:33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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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춘천 신동면 정족리의 공방 앞에 캠핑카 한대가 놓여 있었다. 겉에서 보기엔 여느 캠핑카와 다를 게 없지만 문을 여는 순간 전통 한옥의 마루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한옥 풍 캠핑카 내부의 바닥과 벽, 창문에 새긴 작은 문양까지도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움직이는 한옥’이다. 변영탁(64) '한옥캠핑카' 대표가 10년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세상에 내놓았다.

    변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나이인 열세 살에 목수가 된 이후 51년째 한 길을 걷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목수에게 자동차는 곧 집이었고, 아파트를 한옥풍으로 인테리어하는 일을 하던 그는 자신의 차를 꾸미기 시작했다. 한옥 캠핑카의 시초였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특허 신청도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목수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변영탁 '한옥캠핑카' 대표. 그는 51년째 목수로 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변영탁 '한옥캠핑카' 대표. 그는 51년째 목수로 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Q. 어떻게 목수가 되셨습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삼촌으로부터 일을 배웠어요. 두 분 다 목수셨거든요. 저는 그냥 나무가 좋아서 따라다녔죠. 그러다 열세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목수가 됐습니다. 아버지 가업을 이어받은 거죠. 목수 일이란 게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짧아야 7~8년 길면 10년 넘게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목수 일만 했고 이제 51년째네요.

    Q. 오랫동안 직업을 유지한 비결은 무엇이죠?

    전혀 지겹지 않아요. 가구, 장식품, 캠핑카 등 새로운 걸 제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기술이 필요하잖아요. 목수도 많은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들이 늘 재밌어요. 요즘은 지인들 가져가라고 강아지 집도 만들고 있죠. (웃음). 그런 점에서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껴요.

    춘천 신동면에 있는 변 대표의 작업장.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 신동면에 있는 변 대표의 작업장. (사진=최민준 기자)

    Q. 한옥 캠핑카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전국을 돌아다닐 때 매번 숙소를 구할 수 없어 차에서 지내는 게 일상이었어요. 근데 좁은 차에서 계속 자려니까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그마한 화물차 한 대를 구해서 그 안을 숙소처럼 만들었죠. 그리고 내부를 각종 나무 공예품으로 장식했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이 나무 다루는 거잖아요. 그렇게 몇 년 살던 게 시초였죠.

    Q. 내부가 정말 아늑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50년 넘게 목수로 산 결과물이 아닐까요. 나무만 이용해 캠핑카 내부를 한옥 스타일로 꾸민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경력 50~60년이 넘은 목수들은 자기 제작물에 대한 특허권 신청도 잘 하지 않아요. 금방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서 굳이 신청하지 않아도 따라 할 수가 없거든요. 저희 같은 사람들의 자부심이죠.

    대형 한옥 캠핑카 내부. (사진=최민준 기자)
    대형 한옥 캠핑카 내부. (사진=최민준 기자)

    Q. 한옥 캠핑카의 장점은 뭘까요?

    캠핑카는 여행을 위한 차입니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온 가족이 캠핑카를 즐기는 세상이죠. 좁은 공간 안에서 먹고 자고 지내는 거잖아요. 금방 타고 내리는 일반 차량과는 개념이 다르죠. 그래서 내부가 안전하고 건강한 소재인 나무로 꾸며져 있다는 게 한옥 캠핑카의 장점이죠. 온통 한옥 느낌으로 꾸며져 독특하기도 하고요. 눈도 즐겁지 않겠어요?

    Q. 제작 과정과 가격을 소개해 주시죠.

    차량 제조 회사에서 나오는 화물차를 사 옵니다. 그 안을 저희가 꾸미는 거죠. 한옥 스타일로 제작한 창틀, 식탁, 문을 달고 내부 보일러부터 태양광 발전기도 설치해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요. 캠핑카 하나 만드는 데 크기에 따라 보름 정도에서 두 달까지도 걸리죠. 가격은 6500만~1억3000만원 정도고요.

    Q.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평생 나무만 만지다가 보일러, 에어컨 같은 것도 설치해야 하니까 처음엔 어떤 제품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각종 국가, 회사 제품을 다 사 와서 일일이 실험했습니다. 직접 캠핑카에서 지내면서 말이에요. 실험하다 보면 ‘잘 돌아가나’ 싶다가도 갑자기 고장 나버리는 제품들이 많아요. 그럴 때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한 달 만에 고장 난 보일러도 있고요. 그런 실험 과정만 10년은 보냈죠.

    소형 한옥 캠핑카 내부. (사진=최민준 기자)
    소형 한옥 캠핑카 내부. (사진=최민준 기자)

    Q. 제작하고 나면 뿌듯하시겠어요.

    캠핑카를 구매한 분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평생 갈고닦은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결과물이 그들에게 인정받은 거잖아요. 나무 다루는 것부터 보일러나 에어컨을 수십 번 넘게 실험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목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제가 가진 기술을 제자에게 물려주려 했는데 그것조차 찾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나무를 다루는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후대에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엔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어요. 나무를 가지고 가구부터 캠핑카까지 만드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려고요. 가구 수리법이나 일하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죠. 목수의 평생이 담긴 노하우를 전하고 싶습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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