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조각가, 영원한 안식처 찾다⋯“권진규의 영원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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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조각가, 영원한 안식처 찾다⋯“권진규의 영원한 집”

    서울시립미술관, 50주기 맞아 권진규 상설전시장 문 열어
    무사시노대학·아틀리에 영감 받아, 7개 소주제로 집약해
    유족 등 기증작 중 대표작 선봬, 2년마다 작품 변화 예정

    • 입력 2023.06.02 00:01
    • 수정 2023.06.04 00:13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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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규 조각가 프로필 사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조각가 프로필 사진.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비운의 천재 조각가 권진규가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춘천고 출신 권진규 조각가의 작품을 언제나 볼 수 있는 상설전시장이 1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마련됐다.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이 2021년 작품 141점을 기증한 지 3년만으로 권 조각가 작고 50주기를 맞아 문을 열었다. 기증 당시 많은 사람이 권 조각가의 작품을 볼 수 있길 바란다는 유족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날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도 공개됐다. 전시 제목은 권 조각가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영원성’과 ‘영원히 계속되는 전시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전시장은 그가 영원성을 구현하기 위해 수행자처럼 작업에 임했던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1949~1956)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1959~1973)로 나눠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내면’ ‘영감(레퍼런스)’ ‘인연’ ‘귀의’의 7개 소주제로 전개,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상, 두상, 인체, 여성 흉상, 부조, 불상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 전시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 제작 관련된 자료와 사진 등을 선보여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권진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또 창작의 순간에 남긴 메모와 기록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드로잉 북을 영인본으로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권진규 상설전시장이 마련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권진규 상설전시장이 마련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전시 공간은 권진규가 손수 지은 아틀리에에서 볼 수 있는 문, 창틀, 선반, 가구 등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 원목으로 만든 작품 좌대와 아카이브용 가구를 제작, 마치 아틀리에에 방문해 작업 세계 전반을 살펴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구성했다.

    상설전시장에서는 영상을 통해 권진규의 삶을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 여사의 ‘나의 오빠, 권진규’, 조카 허명회의 ‘나의 외삼촌, 권진규’ 등의 영상이 상영된다. 또 권 조각가의 주요 작품 제작기법 중 하나인 건칠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품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권진규 유족이 진행하는 특별 도슨트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열려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와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가 번갈아 도슨트와 특강을 진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를 제작 중인 민환기 감독 강연도 열릴 예정이다. 성북구 동선동에 있는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권진규 아틀리에’도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정기 개방한다. 

    미술관은 권진규 관련 기관을 연결해 작품과 자료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연구를 위해 연구자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시장에는 연구 성과물을 반영, 정기적으로 작품과 자료를 교체하며 변화를 줄 예정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권진규 컬렉션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조성한 상설전시장으로 앞으로 2년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반영한 상설전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남서울미술관이 권진규의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는 집으로 자리 잡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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