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3분 만에 끊은 코펜하겐 왕복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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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3분 만에 끊은 코펜하겐 왕복티켓

    • 입력 2023.06.02 00:00
    • 수정 2023.06.02 08:10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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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오빠, 이번 여름방학에 덴마크 올래요? 내가 책임지고 가이드해 줄게!”

    대학 선후배로 알고 지낸 J와는 음악과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가까워졌다. 그러던 그녀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한다. 요즘 그녀와 부쩍 가까워지고 있던 터라 마음이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J가 코펜하겐에 도착한 이후에도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5월 어느 밤, 평소처럼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그녀가 이번 여름에 덴마크에 올 거냐고 묻는다. 나는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항공권을 검색했고 항공권을 결제하는 데는 3분이 걸리지 않았다. IN과 OUT은 당연히 그녀가 있는 코펜하겐이었다.

    그녀는 코펜하겐 공항까지 마중 나왔다. 6개월 만에 만난 그녀는 전보다 더 밝아졌고 행복의 나라 덴마크에서 살아서 그런지 더 행복해 보였다. 그녀는 코펜하겐의 구시가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광장과 분수대, 그녀가 자주 간다는 피자집과 한동안 아르바이트했다는 식당도 소개해 주었다. 바이킹의 후예이자 뷔페의 원조 국가에서 오리지널 뷔페를 먹고 난 후 마트에서 선진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 대해서 배웠다.

    다음 날 강변에 있는 덴마크 왕립 도서관에서 J를 만났다. 디자인의 국가 덴마크답게 도서관은 약간 기울어진 형태의 모던한 검은색 사각기둥으로 이루어진, 참신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직선의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처럼 물결치는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부에 있는 코펜하겐 강변이 보이는 전면 유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난 후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인어공주 상으로 갔다.

    J는 가기 전부터 너무 기대하지 말라며 걱정했고, 나는 원래 코펜하겐에 인어공주 상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J를 안심시켰다. 인어공주 상에 도착하자마자 왜 그녀가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고 덩그러니 있는 인어상을 보니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분수가 떠올랐다. 또한, 춘천의 소양강 처녀상은 반드시 재조명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소는 니하운이다. 가지런한 운하 양옆으로 알록달록한 집들이 촘촘하게 서 있고 운하 곳곳에는 다양한 배와 요트들이 질서 정연하게 정박되어 있는 곳. 덴마크와 코펜하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이곳 니하운일 것이다. 니하운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그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코펜하겐에서 만난 친구들.
    코펜하겐에서 만난 친구들.

    친화력이 좋은 J는 코펜하겐에서 사귄 친구들을 한 명씩 소개해 주었다. 코펜하겐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H는 씨앗호떡을 팔면서 한국의 문화를 덴마크에 알리고 있는 멋진 친구다. 그 외에도 ‘인사이드 덴마크’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덴마크의 소식을 한국에 알리고 있다. 그 외에도 대만에서 온 친구, 일본에서 유학 온 친구, 일본과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는 덴마크 친구까지 15명이 넘는 친구들이 H의 호떡 트럭 불판에 한국의 소울푸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물론 내가 가져온 삼겹살의 소울메이트 소주와 함께! J의 친구들과는 나 역시 금세 친해졌고 신나는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술과 함께 우리를 더 흥겹게 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시작된 스칸디나비아 여행의 첫 번째 도시,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밤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마무리된다.

    ■ 강이석 필진 소개
    -춘천여자고등학교 지리 교사
    -여행이 부르는 노래 저자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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