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수박과 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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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수박과 입병

    갈증과 더위 없애주는 과일 수박의 효능
    소음인 등 아랫배와 손발이 찬 사람에겐 좋지 않아
    구내염은 수박즙을 잠시 머금어 치료 가능

    • 입력 2023.05.30 00:00
    • 수정 2023.05.30 08:18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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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무더운 여름철,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과일이 생각나실 텐데요. 여름철 갈증을 없애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대표적인 과일이 수박입니다. 수박을 한의학에서는 서과(西瓜) 혹은 한과(寒果)라고 하는데요. 성질이 굉장히 차다는 뜻이지요.
    동의보감을 보면 수박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갈증과 더위 독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속을 시원하게 하며 기를 잘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입안이 헌 것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은 효과가 많은 과일인데요. 소변을 잘 보게 하고 기를 내린다는 것을 요즘 말로 고치면 이뇨 작용 및 혈압 강하 작용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단, 평소에 아랫배와 손발이 차고 설사가 잦은 분들은 너무 차게 해서 많이 드시면 좋지 않습니다. 체질로 말하자면 소음인들은 좋지 않은데 소음인들은 대개 몸이 차고 손발이 냉하며 소화력이 약해 찬 걸 먹으면 배탈과 설사가 잦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음인과 반대되는 체질이 소양인인데 소양인은 몸에 열이 많아 더위를 많이 타지요. 또한 성격이 적극적이고 급하며, 외향적인 사람이 많고 대인관계나 사회성이 좋은 편입니다. 이런 분들은 수박이 몸에 좋은 여름 과일이 됩니다.

    수박은 입안의 헌 것을 치료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보통 구내염이라고 합니다. 사실 치통과 더불어 입병처럼 괴로운 병이 없지요. 김치나 조금만 매운 음식도 따갑고 쓰려서 먹기가 힘듭니다. 사람이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것처럼 괴로운 일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수박이 치료제가 될 수 있는데 수박즙을 입에 잠시 물고 있다가 드시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물론 2주 이상 지속되는 입병이나 재발이 반복되는 입병은 원인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입병의 원인을 오장육부의 문제와 관련지어 치료를 합니다. 한의학의 이론 중에 구순속비(口脣屬脾), 설속심(舌屬心)이란 말이 있는데 입병이나 혀 병은 심장과 비(위)장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말입니다. 물론 입안이 허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수박은 심장에 열이 생겨 입병이나 혀병이 발생한 경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전에 입술이 뾰족하고 눈이 동그랗게 생긴 50대 여성분이 잦은 입병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신 적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예민하게 생긴 분으로, 이런 분들은 늘 근심과 걱정이 많고 뭐든지 정확·정직해야 하지요. 또한 얼굴이 잘 붉어지고 남에게 거짓말을 못 하며 약속도 잘 지켜야 하고 평소 눈물도 많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진찰을 해보니 입병 외에 잠도 깊게 못 주무시고 피곤하면 방광염도 잦으며 신경 쓰면 소화도 안되는 분이셨습니다. 또 심장도 잘 두근거리고 역류성 식도염도 갖고 계셨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분들을 조류 혹은 화체형 체질이라 하며 대개 심장이 약하고 열이 많은 분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심장에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여 입병을 고쳐드렸습니다. 아마도 입안이 좋지 않은데 심장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다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한의학의 치료 원리로는 병이 나타나는 부위와 치료하는 부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에 잎사귀가 마른다고 물을 잎사귀에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뿌리에 물을 줘야 잎사귀가 살아나지요. 서양의학과 좀 다른 부분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수박은 갈증도 풀고 더위를 식히는 좋은 제철 과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므로 평소 몸이 냉하고 설사가 잦은 분들은 이가 시릴 정도로 차게 해서 먹거나 배가 부를 정도로 과식하면 좋지 않다는 점도 기억하시고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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