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님들이 뭉쳤다” 이웃을 위한 김치 담그기 현장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통장님들이 뭉쳤다” 이웃을 위한 김치 담그기 현장

    소양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취약계층에 김치 전달
    부족한 재료비는 회원들이 모아둔 돈으로 충당
    회원들 “함께라서 더 재밌고 뜻 깊은 활동”

    • 입력 2023.05.28 00:01
    • 수정 2023.05.30 06:09
    • 기자명 이현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일 오전 소양동 행정복지센터. 회원들이 완성된 김치를 다회용기에 꾹꾹 눌러담고 있다.(사진=이현지 기자)
    23일 오전 소양동 행정복지센터. 회원들이 완성된 김치를 다회용기에 꾹꾹 눌러담고 있다.(사진=이현지 기자)

    23일 오전 9시 30분 소양동 행정복지센터. 10명 남짓한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 열무와 얼갈이를 양념에 버무리고 있었다. 소양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한 김치를 만드는 중이었다. 김치 재료 구입과 만들기, 포장, 배달까지 모두 이들이 직접한다. 이날 사용된 열무와 얼갈이는 총 40단. 양이 워낙 많아 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위해 새벽 6시부터 모여 재료를 씻고 손질했다.  

    소양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렇게 담근 김치를 독거노인 등 소양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30가구에 전달한다. 2017년부터 1년에 네 번씩, 벌써 스무번 넘게 이같은 봉사활동을 했다. 회원들이 거의 통장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마을 주민들을 잘 안다. 그런데 왜 김치일까. 이선희 소양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데다가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나눔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이 활동이 춘천시자원봉사센터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덕분에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1년에 네번 김치를 담그면 120만원 정도가 들어 20만원이 부족하다. 모자란 돈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게 지급되는 회의수당으로 메꾼다. 시에서 나오는 회의수당은 1인당 1년에 12만원.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무방한 돈이지만 봉사활동에 쓰기 위해 회원들은 이걸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완성된 김치는 독거노인 등 소양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30가구에 전달된다. (사진=이현지 기자)
    완성된 김치는 독거노인 등 소양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30가구에 전달된다. (사진=이현지 기자)

    이들은 함께 해서 봉사활동이 더욱 즐겁다고 얘기한다. 봉사활동 5년 차 막내라는 오미례(63)씨는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같이 모여서 수다도 떨고 음식 하는 법도 배우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 옆에 있던 엄용숙(66)씨도 “아침 일찍부터 모여서 김치를 담갔다”며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만큼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음식 나눔 이외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청소 봉사, 도배·장판 작업까지 한다. 이 위원장은 “김치뿐 아니라 명절 때는 불고기와 각종 음식들도 독거노인 및 장애인 가구들에 전달한다”며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것만큼 보람차고 뿌듯한 일이 없다”고 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