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식 여론조사가 알려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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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식 여론조사가 알려준 사실

    ■[칼럼]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3.05.18 00:00
    • 수정 2023.05.18 13:55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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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민선 8기 출범 1주년을 맞아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평가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태 강원도지사, 육동한 춘천시장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강원도의 으뜸가는 수부(首府) 도시 춘천시민들이 꼬박 세금을 내며 행정의 전권을 맡긴 육 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를 위해 다양한 문항은 물론 처음으로 주관식 문항을 포함했다.

    여론조사를 담당한 필자는 육 시장 평가항목에 주관식 문항을 끼워 넣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주관식 여론조사가 정확한 민심을 짚는 입체적인 리서치로 구체적인 시민의 목소리 청취할 수 있다고 동감했다. 이어 손이 많이 가는 주관식 여론조사에 부담이 없냐는 필자의 응수타진에 흔쾌히 주관식 문항 포함을 결정했다.

    결과는 긍정 평가가 우세한 객관식과 달리 주관식의 경우 라이브 했다. 입길에 오른 주관식 부정평가는 민망할 정도의 답변이 다수 나왔다. 해체비평을 동원한 톺아보기가 아니더라도 부정평가는 고강도였다. 이 같은 평가는 응답자 중 일부분이지만, 민주주의는 소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에 따라 시민들이 응답한 부정평가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많은 답변은 ‘체감되는 뚜렷한 정책이 없어서’다. 또 ‘낙하산 인사 때문에’, ‘춘천시 공무원들의 퇴사율이 높아서’, ‘도지사에게 끌려다니는 거 같아서’, ‘업무능력 부족’, ‘민생문제 등한시’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주관식 여론조사가 알려준 사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주관식 여론조사가 알려준 사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육 시장의 긍정 평가는 부정평가보다 두 배 높았다. 하지만 이유는 난감했다. 높은 비율의 긍정 평가이유는 '모름', '전반적으로 잘함',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구설수가 없어서' 등이 주류를 이뤘다. 육동한 시정은 지난 1년간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시민들은 ”모름“이라고 응답했다. 높은 긍정 평가를 받더라도 지지 이유를 모르는 ‘묻지마 지지’ 비중이 가장 많은 점은 반길 수 없다. 정말 잘해서 잘했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란 속담에 충실한 위정자의 자세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여론조사는 전화조사원이 인터뷰하는 전화면접 조사 CATI(Computer Aided Telephone Interview)와 자동응답 조사(ARS)로 구분한다. 전화면접 조사는 무작위로 추출된 전화번호로 직접 ‘사람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질문하고 응답을 기록한다. 자동응답 조사는 인터뷰이가 ‘기계 조사원’이 미리 사전에 녹음한 음성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방식이다. 당연히 CATI 조사 응답률이 높다. 본지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한국갤럽은 인력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CATI 방식으로만 조사한다.

    민주국가에서는 여론이 권력의 향배를 결정한다. 여론조사의 장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여론조사의 홍수를 피할 수는 없다. 그만큼 함량 미달의 여론조사도 갈수록 극성이다. 시민의 관심과 감시 권력은 무능하거나 나쁜 위정자 탄생을 예방한다. 우리가 선출한 위정자를 위한 백신은 여론조사다. 이번 주관식 여론조사가 알려준 사실에 주목하는 이유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로 졸필을 마무리하고 싶다. 정확하게는 잠언 17장 28절이다.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의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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