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눈을 찌른 조선의 고흐⋯최삼경 첫 장편소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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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눈을 찌른 조선의 고흐⋯최삼경 첫 장편소설 출간

    ‘붓, 한자루의 생’ 조선후기 화가 최북 일대기
    관련 일화 재구성, 조선시대 새로운 관점 눈길
    최삼경 “조선의 예인과 하층민의 삶 그리고파”

    • 입력 2023.05.14 00:01
    • 수정 2023.05.14 11:1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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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 한자루의 생’ 표지.
    ‘붓, 한자루의 생’ 표지.

    강원 화인의 속 깊은 이야기를 두 권의 에세이로 풀어냈던 춘천의 이야기꾼 최삼경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을 상재했다.

    조선 후기 숙종 때 실존했던 화가 최북을 다룬 ‘붓, 한 자루의 생’이다. 소설은 출간 일주일여만에 2쇄에 들어가고 알라딘(12일 오후 4시 기준)에서 역사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등 관심이 뜨겁다. 

    ‘붓, 한 자루의 생’은 최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최북(崔北·1712~1760)의 일대기를 그린다. ‘조선의 반 고흐, 칠칠이 최북 외전’이라는 부제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최북에게는 ‘괴짜’와 ‘조선의 반 고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자신의 귀를 자른 반 고흐처럼 최북은 자신의 눈을 찔렀고 기이한 행동과 심한 술버릇 등 괴짜 같은 면모들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또 시·서·화를 겸비한 ‘여항(閭巷)’ 출신의 직업 화가라는 설명도 따라붙는다. 여항은 평범한 백성이나 중인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대부 출신이 아닌 최북이 당시 상류층 향유문화에 능했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소설을 통해 가문도 배경도 없었던 칠칠이 최북의 서럽고 한스러운 생을 위로한다. 이를 위해 그가 남긴 그림과 동료들이 쓴 문집의 기록들을 재구성했다. 그가 젊은 시절 만주 쪽을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곳곳에 떠도는 여러 일화에 상상력을 더했다.

    최북 화가의 초상화.
    최북 화가의 초상화.

    결국, 그가 최북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조선시대 화가로 지내는 예인들과 하층민의 삶이었다.

    소설 속 예인들은 ‘벼루나 좋은 붓 하나만 구경하면 며칠이 즐거운’ 이들이었지만 신분제를 비롯한 시대 상황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최북은 자신의 붓으로 한쪽 눈을 찌르며 처절하게 저항하기에 이른다. 최 작가는 최북이 맞닥뜨렸던 사회적 상황을 통해 조선시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문화의 중흥기로 알려졌던 조선 영·정조시대가 결국 조선이 비극으로 향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최삼경 작가는 “북이 자신의 눈을 찌르기까지 그를 떠밀었던 신분적, 예술적 절실함과 광기에 대한 한을 풀어내는 것이 화두였다”며 “화인으로 뜻 모를 삶을 살다 간 최북과 화마(畫魔)에 붙잡혀 살다간 이 땅의 모든 예인들의 신산했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아실 刊. 352쪽. 1만8000원.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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