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춘천시 공무원의 이중생활 “퇴근 후 시작되는 싱어송라이터의 삶”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춘천&피플] 춘천시 공무원의 이중생활 “퇴근 후 시작되는 싱어송라이터의 삶”

    김대유 춘천시 공무원, 25번째 싱글곡 발매
    자녀와 취미 활동 하다 작곡 프로그램 배워
    첫사랑, 장애, 마임축제 등 다양한 주제 독특

    • 입력 2023.05.10 00:00
    • 수정 2023.09.07 11:3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대유 씨가 최근 25번째 싱글곡을 발매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대유 씨가 최근 25번째 싱글곡을 발매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3년간 20여곡의 음원을 발표한 놀라운 인물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대이유(Day-U)’로 활동하고 있는 김대유 씨 이야기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춘천시청 현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5번째 싱글곡 ‘춘천! 파이팅!’을 발표하고 또 다른 신곡 녹음에 들어갔다. 시청의 빈 의자를 보고 ‘서운함’을 주제로 한 노래를 뚝딱 만들어 내는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멜로디가 계속 떠올라서 음악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김대유 씨는 현재 차량등록사업소 등록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춘천시청에서 30여년 동안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얼굴은 싱어송라이터다. 2020년 8월 첫 싱글 ‘패러글라이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5곡을 발매했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꾸준히 탁구를 연습해왔던 봄내체육관이 감염 예방을 위해 운영을 중단하면서다. 강원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탁구 경기 2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탁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던 그에게 체육관 운영 중단은 큰 변화였다. 퇴근 이후 저녁이 무료해진 찰나 아이가 드럼을 배운다고 했고 함께 음악 학원에 들렀다가 디지털 작곡 프로그램인 ‘미디’를 시작하게 됐다. 

    미디를 배우다 보니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강원대 음악동아리 MIC에서 활동하던 그는 대학가요제 참가를 위해 곡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작곡했던 노래들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더욱 몰입하게 됐다. 

    김 씨는 “대학 시절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곡들을 디지털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좀 더 본격적으로 작곡을 배우다 보니 곡이 막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좋아지겠죠’다. 스무 살 때 만들었던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장애인복지과 근무 시절 장애인 부모들을 만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가사로 썼다. 자신을 키우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내가 합작해 만든 곡이 됐다. 

     

    김대유 씨가 최근 춘천시청의 한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김대유 씨가 최근 춘천시청의 한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그는 이 밖에 누구도 쉽게 다루지 못했던 주제들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소아마비를 앓던 시절 살았던 ‘약사리 고개’부터 첫사랑 이야기, 효도하지 못한 자책과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까지 주제가 독특하다. 춘천마임축제가 더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한 ‘춘천, 마임 보러 가자’와 춘천시민축구단 응원을 위해 만든 ‘춘천! 파이팅!’ 등 지역과 밀접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김 씨는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춘천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세계관이 좁은 것 같다”며 “멜로디는 잘 나오는데 가사 주제 잡기가 어려워서 내 심리와 상황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람들이 관심이 없거나 더 많은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가 사는 도시의 큰 이벤트들이 잘 되길 바란다”며 “지역 명소나 문화가 잘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춘천 구봉산을 소재로 한 곡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노래 주제만큼 장르도 다양하다. 발라드와 록은 기본이고 CCM에 트로트까지 있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2곡의 CCM을 만들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김 씨는 “예전에 교회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음악이 찬송가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며 “마침 함께 탁구 치던 분 중에 집사님이 있어 CCM도 만들어봤다”고 밝혔다. 

    가수로서의 꿈은 중학교 때부터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아이들 열댓 명을 모아 놓고 조용필 노래를 부르던, 일명 끼 많은 아이였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주변에 음악하는 애들이 없어 기타 좀 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교에 가보니 숨은 고수들이 많았다.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되찾은 가수로서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직도 작업 중인 곡이 많고 3년 뒤 정년퇴직 후에는 음악에 쏟을 시간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발매곡이 20여곡에 달하는 만큼 공연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춘천시청의 드럼 동호회 분들이 시청에서 미니 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 합동 공연을 논의하고 있다”며 “안정된 직장이 있으니 호화로운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양한 문화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퇴직 후에도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가겠다”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