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백’은 없어도, 친구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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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라는 ‘백’은 없어도, 친구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줄게”

    교육 컨설팅 기업 운영하는 이대훈 에이제이 대표
    자립 준비 청년 대상 후원 프로그램 3년 동안 운영
    진로 교육 사각지대 놓인 청년 대상으로 컨설팅
    취‧창업 장기 교육하는 '사관학교' 설립이 꿈

    • 입력 2023.05.07 00:01
    • 수정 2023.09.07 11:3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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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2021년 3년간 13명의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명은 연락 두절 상태로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과거 ‘보호 종료 아동’으로 불리던 자립 준비 청년들의 이야기다. 자립 준비 청년은 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 등을 통해 보호받다 성인이 돼 홀로서기 해야 하는 청년을 말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강원지역에만 자립 준비 청년이 9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자립 준비 청년들이 홀로서기에 적응하고, 진로를 탐색하도록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춘천에 있다. 진로교육‧스타트업 컨설팅 회사 에이제이(Academy of Juvenile)를 운영하는 이대훈(47) 대표다. 4일 오후, 약사동 에이제이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Q.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아카데미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에이제이는 정부‧지자체 위탁 교육‧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자립 준비 청소년들은 지원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3년째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매년 1000만원의 예산을 마련해,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노트북을 제공하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각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달 12일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청년들을 모집하는데요. 만18세~34세까지 자립 준비 청년 10명을 대상으로 진로 상담과 취‧창업 교육, 사무 공간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취업 및 창업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이대훈 에이제이 대표. (사진=에이제이 제공)
    취업 및 창업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이대훈 에이제이 대표. (사진=에이제이 제공)

    Q. 자립 준비 청년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나요?

    대부분의 취‧창업 교육은 일반 대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포괄적인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해도 자립 준비 청년을 받아주는 공공 지원 사업은 많지 않아요. 청년 대상 교육과 강의를 오래 진행하면서, 자립 준비 청년 및 학교 밖 청소년들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사실 이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Q. 어떤 청년들이 지원받았나요.

    3년간 5명이 참여했고, 프로그램 이후 각자의 진로를 잘 찾았어요. 특히 한 청년이 기억에 남는데요. 저와 많은 체험을 하면서 본인이 사교성이 좋고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보호 시설에서 나오면서 정부 지원 사업으로 취업했지만, 주변에서 많은 편견을 겪으면서 한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유흥업소에서 일했거든요. 교육 과정에서 적성을 발견했고, 춘천의 한 바이오 기업 취업에 성공했어요.

    Q. 창업에 나선 사례도 있다고요.

    또 다른 친구는 자신 같은 자립 준비 청년들이 고민을 나눌 공간을 만들겠다며 창업 준비에 나섰습니다. 여러 공공기관 지원 사업을 활용해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다시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친구도 만났습니다.

    Q.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해 보여요.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도 꿈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라는 한 자립 준비 청년의 이야기인데요. 원하는 진로가 있음에도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기술을 배우게 하는 등 현장에서의 자립 준비 교육이 획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제가 만난 친구들 대부분은 자아 발전 욕구와 삶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요. 저도 학창 시절에 많이 방황했고, 사업 실패를 겪으며 어려운 시절이 있었거든요. 외로운 청년들에게 실수해도 괜찮고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이대훈 에이제이 대표가 자립 준비 청년 사관학교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이대훈 에이제이 대표가 자립 준비 청년 사관학교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자립 준비 청년 소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도,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말아요. 정부 지원 없이도 소외 청년들이 진정한 자립과 기회의 장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기업이 힘을 합쳐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사관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에 남는 폐교를 매입해 공간을 만들어 숙식과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자 합니다.

    Q.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되겠네요.

    자립 준비 청년에게 지원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단시간에 성과를 요구하는 기존의 방식은 맞지 않아요. 보호 종료 전부터 체계적으로 자립 준비를 도와줘야 합니다.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비슷한 환경을 가진 청년들끼리 함께 고민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마음 놓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취‧창업이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본격적인 계획에 나설 계획입니다.

    세상에서 홀로 줄타기하는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들이 조금은 안전히 인생을 걸어갈 수 있도록 제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만큼은 지원해주고 싶어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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