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무용의 뿌리들이 한곳에 모여 춘천을 들썩였다.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강원도 출신 명무들의 춤을 한데 모은 강원도립무용단 기획공연 ‘불휘’에서다. 춘천 출신으로 무대에 오른 경임순 무용가는 “따뜻한 부모님 품으로 돌아온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며 “강원도 무용 후배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 무용가가 고향 무대에서 춤을 춘 것은 30여년만이다. 그는 공연에서 정민류 교방 장고춤을 선보였다. 예로부터 나라의 큰 행사에서 선보였던 춤으로 특유의 고혹미와 절제미가 특징이다. 춘천 공연은 그에게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특별한 순간이 됐다.
경 무용가는 “어린 시절 여름이면 공지천에서 멱을 감으며 물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나무 썰매를 탔다”며 “친구들과 봉의산에 올라 칡뿌리를 캐 먹었던 추억까지 한 번에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무용의 이미지와 대조적인 추억들이지만 강원도 태생 특유의 뿌리 근성은 그가 한국무용가로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그는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초교, 유봉여중, 춘천여고를 졸업했다.
무용인의 끼는 어린 시절부터 숨길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주운 박스 양쪽을 뚫고 실로 연결해 장구라며 들고 춤을 췄다고 했다. “구들장 꺼진다. 고만 좀 춤춰”라고 소리 지르던 어머니 말씀을 뒤로 한 채 집안 곳곳을 무대 삼았다.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라 “공부도 잘하는데 왜 무용을 하려고 하느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무용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했다.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그는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무용가로 자리매김했다.
전통무용가로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보존에 기여한 것은 물론 안무, 교육, 연출, 감독, 기획,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대조영, 불멸의 이순신, 무인시대 등 KBS 대하드라마 무용감독을 지냈으며 경자년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 주제공연 ‘무궁강산’을 연출,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고 제20회 자랑스러운 강원여성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춘천에서도 춘천 전통문화 행복 대축제 길놀이 등 지역 행사를 연출, 출연하고 강원대, 춘천교대에서 외래강사를 지내는 등 지역과의 끈도 놓지 않았다. 육림고개에 있는 옛집도 아직 그대로다. 언젠가 고향에서 후배들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의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 무용가는 “이번 공연에서 권영심, 정영수, 윤혜정, 원미자, 김수현, 박재희, 김매자 등 강원 출신인 명무들 가운데서도 전국 최고인 선후배 무용가들과 합동공연을 펼쳐 감개무량했다”며 “강원도립극단의 윤혜정 예술감독과 무용단 후배들과 한 무대에 서니 고향 품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공연예술계에서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성취와 결과물들을 내 고향 춘천과 강원도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며 “특히 강원무용의 발전과 후배 무용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춤사위가 대단합니다
공연은 놓쳤지만
다음 기회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