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스키 열풍 중심된 춘천⋯3박 4일 ‘오픈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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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위스키 열풍 중심된 춘천⋯3박 4일 ‘오픈런’까지

    춘천 주류업체 ‘오픈런’ 행렬 진풍경
    텐트, 침낭 숙박 대기, 캠핑장 분위기
    세계주류마켓 “관광 효과 목표한 것”

    • 입력 2023.04.23 08:15
    • 수정 2023.04.28 00:18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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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주류마켓 4주년 기념행사가 22일 진행된 가운데 매장 문을 열기 전 대기하는 ‘오픈런’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세계주류마켓 4주년 기념행사가 22일 진행된 가운데 매장 문을 열기 전 대기하는 ‘오픈런’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22일 춘천의 한 주류업체에 수백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오픈런’ 진풍경이 펼쳐졌다. 

    춘천 세계주류마켓이 이날 진행한 4주년 기념행사에 전국 각지 위스키 애호가들의 ‘오픈런(매장문을 열기 전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 행사는 세계주류마켓이 오픈 4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까지 진행하는 축제다. 주류마켓은 지난 22일을 ‘위스키 데이’로 기획, 품귀현상을 빚는 위스키들을 판매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장 앞은 행사 3~4일 전부터 캠핑장을 방불케 하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첫 고객은 행사 나흘 전인 지난 19일 춘천에 도착, 3박 4일 동안 침낭에서 시간을 보냈다. 20일부터는 대기 공간에 각종 텐트가 쳐지는 등 대기행렬이 줄을 이었다. 

    22일 오전 9시 오픈 직전에는 200번에 가까운 번호표가 배부됐다. 마지막 연차를 소진하고 방문한 직장인부터 이제 막 위스키에 입문한 ‘위린이(위스키+어린이)’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춘천 세계주류마켓을 방문한 전국 위스키 애호가들이 오픈런을 통해 술을 구입하는 과정.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 세계주류마켓을 방문한 전국 위스키 애호가들이 오픈런을 통해 술을 구입하는 과정. (사진=한승미 기자)

    이들이 춘천을 찾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희귀 위스키 수량이 역대급으로 풀렸고 정가에 판매된다는 것. 이번 행사에는 ‘히비키 LTO’ ‘맥켈란 18년 쉐리’ ‘스태그 주니어 배치 17’을 비롯해 발베니, 글렌알라키 등 인기 위스키들이 다수 준비됐다.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나오더라도 1~2병 정도만 풀리는 인기 제품이다. 특히 ‘히비키’는 빈 병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스태그 주니어’는 단종으로 희소성이 높은 제품이다.

    구매자들에 따르면 며칠 밤 춘천에서 대기하는 것은 오히려 ‘남는 장사’다. 위스키 열풍으로 일본, 제주 등을 방문해 술만 사고 곧바로 돌아오는 ‘퀵턴(Quick Turn)’ 소비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기 위스키는 정가를 훌쩍 넘는 리셀가(되파는 가격)로 사야 하는데 주류마켓의 정가 판매가 큰 메리트라고 전했다.

    포항에서 춘천을 찾은 1번 대기자는 “최근 위스키에 입문해 처음 오픈런이라는 것을 하게 됐는데 계산해보면 인건비를 벌어가는 셈”이라며 “희귀한 위스키를 직접 맛보고 싶단 생각에 왔는데 대기하면서 다른 분들한테 다양한 위스키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세계주류마켓이 4주년 기념행사를 하루 앞둔 21일 배달원이 텐트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세계주류마켓이 4주년 기념행사를 하루 앞둔 21일 배달원이 텐트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번 오픈런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춘천만의 독특한 웨이팅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서울, 경기권의 오픈런은 접근성이 좋아 ‘줄서기 알바’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춘천에서는 아직 생소한 문화기 때문이다.

    실제 애호가들의 대기가 주를 이루면서 이들 간 위스키 정보가 활발히 공유됐다. 또 백화점 등에서 텐트 없이 일렬로 줄을 서야 했던 것과 달리 춘천 업체는 별도 대기 공간을 마련하고 화장실도 오픈해 캠핑장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대기 줄에서 10분 이상 벗어나면 대열에서 자동 탈락하는 규칙이 있어 식사는 자연스럽게 춘천지역 배달음식으로 해결, 서로 음식을 나누며 자연스러운 교류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동훈(경기 부천) 씨는 “보통 오픈런 장소는 텐트를 치기 어려운데 이곳은 야외 넓은 공간이라 삼삼오오 모여있기 적합했다”며 “오픈런은 무조건 앞번호가 유리해 싹쓸이할 수 있는데 며칠간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뒷번호에서 원하는 술을 살 수 있도록 1, 2번분이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세계주류마켓에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앞번호 구매자들이 캐리어, 텐트 용품 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22일 오전 세계주류마켓에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앞번호 구매자들이 캐리어, 텐트 용품 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행사를 주최한 세계주류마켓은 다른 지역에서 춘천에 놀러 올 수 있도록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 기획이었다고 했다.

    주류마켓은 ‘춘천 관광 안내지도’ 추천명소에 포함될 정도로 외지인이 즐겨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부 대기자들은 춘천 여행 계획을 세우고 방문하거나 위스키 구매에 실패하면 닭갈비라도 먹고 갈 생각으로 방문했다고 전했다. 

    세계주류마켓 관계자는 “위스키를 사러 춘천까지 왔는데 온 김에 춘천에서 식사도 하고 여가도 즐기고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행사 때 관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희귀제품 수량을 조정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축제와 함께 앞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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