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④언제까지 닭갈비만? ‘문화 없는 문화도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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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④언제까지 닭갈비만? ‘문화 없는 문화도시’ 춘천

    [추락하는 수부도시] ‘고품격 문화·관광도시’ 내세우지만
    올해 춘천지역 축제 6개, 원주 절반 수준
    독창성 없는 ‘춘천커피페스타’로 또한번 실패 위기

    • 입력 2023.04.20 00:03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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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내세운 민선 8기 춘천시정이 뚜렷한 성과 없이 4년 여정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민선 8기가 ‘유럽형 관광도시’를 만들겠다며 내세운 ‘춘천커피도시페스타’는 온갖 비판에 부딪혀 취소될 위기다. 춘천시가 독창성도, 경제성도 없이 ‘뚝딱 만들어 뚝딱 망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만 양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춘천시의 문화 콘텐츠 개발 성적은 주변 도시들과 비교하면 더 뚜렷이 드러난다. 화천은 산천어축제에 이어 전국 파크골프의 성지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강릉은 민선 8기 첫해부터 와인축제, 누들축제를 잇따라 개최하며 커피축제와 함께 음식문화 콘텐츠를 각인시켰다. 또 양양은 대한민국 서핑 메카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등 각 지자체마다 새로운 콘텐츠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춘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 콘텐츠는 닭갈비와 막국수, 드라마 ‘겨울연가’에 머물러 있다.

    민선 8기 춘천시정은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닭갈비, 막국수를 넘어설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민선 8기 춘천시정은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닭갈비, 막국수를 넘어설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축제 수는 원주 절반, 방문객도 저조

    춘천 문화콘텐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지역 축제의 양과 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춘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6개로 원주(12개)의 절반 수준이다. 춘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1980~90년대부터 열렸던 축제이거나, 올해 처음 시도하는 신생 축제 뿐이다. 그동안 새롭게 정착시킨 축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축제에 참여하는 방문객 수도 저조하다. 도내 18개 시·군별로 최다 방문객 수가 1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을 포함해 속초, 삼척, 영월, 화천, 양구, 고성 등 7곳이다. 도시 규모를 고려하면 수부도시의 위엄을 확인하기 어렵다.

    춘천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한 춘천인형극제는 12만950명이 다녀갔다. 인형극제가 6개월에 걸쳐 열린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행사로 춘천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다녀간 축제는 춘천마임축제(10만90명)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도내 축제의 최고 방문객 수가 1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 등 7곳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도내 축제의 최고 방문객 수가 15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 등 7곳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반면, 세계적 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는 매회 100만명, 삼척맹방유채꽃축제는 30만명이 다녀간다.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과 한지문화제는 각각 30만명씩 방문했다. 강릉은 단오제 50만명, 커피축제 35만명, 해돋이 30만500명, 주문진해변축제 24만1025명 등 140만여명이 강릉에 왔다.

    이밖에도 지역별로 △태백산눈축제 52만1248명 △정선 민둥산은빛억새축제 22만명 △동해 묵호도째비페스타·동해무릉제 각 17만명 △철원 화강 다슬기축제 16만6700명 △인제 가을꽃축제 15만7000명 등 지역 대표 축제임을 실감케하는 방문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축제 방문객의 소비지출은 지역에 다양한 경제유발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춘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축제를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지 못하는 처지다. 민선 8기 강릉이 지난해 선보인 와인축제는 개최 첫해임에도 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반면 1996년부터 열린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지난해 방문객은 8만3000명에 그쳤다. 와인축제 예산 규모가 막국수닭갈비축제의 절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강릉의 와인축제가 비용대비 높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민선 8기 역점 커피도시페스타, 좌초 위기

    ‘춘천커피도시페스타’는 춘천 문화콘텐츠 전략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커피'를 이용한 카페거리 육성사업은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세금 낭비라는 춘천시의회의 반대로 잠정 중단됐다. 당초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가 추경에서 가까스로 부활했다. 커피페스타는 육동한 시장이 ‘고품격 문화·관광도시’의 일환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그동안 춘천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준비해온 각종 행사도 잡음이 많다. 강원도가 추진한 ‘춘천 세계불꽃대회’는 실효성과 경쟁력 미흡, 환경 오염 논란을 일으켰다. 이 행사는 도비와 시비를 투입한 ‘호수나라 물빛축제’로 이름과 내용을 바꿔 재추진했지만, 또다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일회성·선심성 행사로 취급받으며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전문가들은 지역 고유 자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목적성이 명확한 축제를 만들어야 지역대표 콘텐츠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는 “관광이나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뚝딱 만들면 뚝딱 망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 축제는 수억, 수십억이 투입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당성을 먼저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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