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청춘을 꿈꾸는 실버극단 ‘정담’⋯“열정엔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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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청춘을 꿈꾸는 실버극단 ‘정담’⋯“열정엔 정년이 없다”

    실버극단 ‘정담(情談)’ 8일 춘천 창단 공연
    장복한 단장 필두로 18명⋯평균나이 64세
    실버세대 감정 표출 기회 “인생의 활력소”

    • 입력 2023.04.07 00:01
    • 수정 2023.09.07 11:35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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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극단 ‘정담(情談)’이 춘천 퇴계동의 한 연습실에서 창단 공연 ‘인력거꾼 김첨지’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실버극단 ‘정담(情談)’이 춘천 퇴계동의 한 연습실에서 창단 공연 ‘인력거꾼 김첨지’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우리 열정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춘천 퇴계동의 한 연극 연습실이 꺼질 줄 모르는 열정으로 가득 차고 있다. 뜨거운 열기의 주인공은 실버극단 ‘정담’. 창단 공연을 앞둔 단원들은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실버극단 ‘정담(情談)’은 장복한 단장을 필두로 지난해 결성됐다. 장 단장 등 최고령 단원의 나이는 72세다. 단원들의 평균나이는 64세다. 대부분 교사, 공무원, 농협, 신문사 등을 퇴직한 은퇴세대로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극단 ‘정담(情談)’은 장복한(사진) 대표가 실버세대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창단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극단 ‘정담(情談)’은 장복한(사진) 대표가 실버세대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창단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극단은 장 대표의 오랜 염원에서 시작됐다.

    대학 시절 강원대 극예술연구회 ‘영그리’에서 활동하던 장 대표는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연극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춘천여고, 봉의고, 원통고 등에서 연극부를 만들며 학생들을 지도했고 인제에서는 사회인 극단을 만들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늘 실버극단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슴속에 품고 다녔다. 실버세대들도 내면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며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버극단이 배우만 고령층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정담’은 무대감독부터 음향, 조명, 의상 등 스태프까지 모두 실버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일부 의상은 강원도립극단의 의상대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부족한 소품은 직접 만들고 있다. 

     

    김용범 씨가 직접 만든 모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김용범 씨가 직접 만든 모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특히 김용범 씨는 극단의 맥가이버로 통하고 있다.

    극 중 주요 소품인 인력거를 만들기 위해 집에 있던 휠체어를 개조했다. 교복에 어울리는 모자는 등산 모자와 목도리를 바느질해 만들었다. 공연 연습 장면을 촬영해 모니터링용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창단 공연은 김정훈 춘천연극협회장이 쓴 ‘인력거꾼 김첨지’로 택했다. 미공개 작품으로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이 여러 문학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인력거에 태우는 내용이다. ‘B사감과 러브레터’와 ‘사랑손님과 어머니’, ‘태평천하’, ‘치숙’, ‘유정’ 등 여섯 가지 문학작품이 어우러져 암울했던 시대상을 보여준다.

    창단 공연을 앞둔 단원들은 매일 저녁 빵이나 떡, 컵라면 등으로 요기하며 자정이 가깝도록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처음 무대에 오르는 단원만 해도 5명. 단원 대부분 연극 경험이 적은 만큼 전문 연극인인 이미경 씨와 지역 아마추어 극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윤희 씨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안윤희 씨는 “은퇴를 하니 낮에도 연습실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며 연습할 수 있어 시간이 자유롭다”며 “힘들기보다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고 벌써 무대에 서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극단 정담의 창단 공연  ‘인력거꾼 김첨지’는 오는 8일 춘천 아트쓰리씨어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극단 정담)
    극단 정담의 창단 공연 ‘인력거꾼 김첨지’는 오는 8일 춘천 아트쓰리씨어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극단 정담)

    이들 극단의 목표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연극으로 전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실버 연극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또 필요로 하는 곳에 연극 봉사 공연을 다니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할 예정이다.

    장복한 대표는 “퇴임 후에는 대부분 산에 가거나 골프를 치다 집에 가는 인생을 살게 되는데 연극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삶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극단 활동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서로의 버팀목 역할도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하지만 우리들도 꿈만은 송중기 못지 않다”며 “실버들이 꿈꾸는 청춘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첫 무대는 오는 8일 오후 3·7시 춘천 아트쓰리씨어터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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