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둑 막아라”⋯카공족에 속 터지는 카페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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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도둑 막아라”⋯카공족에 속 터지는 카페 점주

    공공요금 인상·고물가 이어지자 카공족 논란 재점화
    전자기기 이용 제한하는 등의 규정 만든 카페 등장
    이에 저렴하고 눈치 안 보이는 무인카페로 향하기도
    ‘불편한 의자 놓기’ 등 카공족 퇴치 방법 공유되기도

    • 입력 2023.03.29 00:01
    • 수정 2023.03.29 10:08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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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춘천 동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공부 및 노트북 사용을 3시간으로 제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28일 춘천 동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공부 및 노트북 사용을 3시간으로 제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서충식 기자)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시키고 오랜 기간 머무는 사람들을 일컫는 ‘카공족’에 대한 논란이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에 더불어 고물가가 이어지며 업주들의 부담이 늘어서다. 전자기기 이용시간 제한을 두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료를 재주문해야 하는 등 규정을 만든 카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춘천 동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A씨는 카공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 한 잔을 시켜놓고 4~5시간은 기본, 심한 경우 문을 열 때 와서 닫을 때까지 머무는 사람도 있다. 주차장은 협소한데, 자동차까지 끌고 오는 카공족이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결국 지난달 카페에서의 공부 및 노트북 사용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카페 곳곳에 내걸었다.

    점주들은 높은 매출을 내려면 빠른 회전율이 필수인 카페에서 4000~5000원의 커피 한 잔만을 주문한 고객이 4~5시간 동안 전자기기까지 사용하면 오히려 적자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66㎡(20평) 규모의 카페를 하루 12시간 영업할 때 냉·난방기 사용이 많은 여름과 겨울에는 매달 40만~50만원의 전기료가, 그 외 계절은 20만~3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공공요금과 원재료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어 손해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A씨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음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는데, 공공요금과 인건비는 계속해서 늘어나 너무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 커피 한 잔을 시킨 채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하는 손님을 보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 등에서 ‘카공족’ 경계령이 떨어지자 장시간 카페를 이용하던 손님들의 발길이 관리가 덜 심한 무인카페로 향하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없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무인카페 특성상 음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강원대 후문에 있는 한 무인카페는 1인 1음료에 5시간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수, 일행은 반드시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 등의 이용안내를 매장에 내걸었다. 무인카페에서 공부하던 강원대 재학생 B씨는 “무인카페는 지키는 사람도 없고, 3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어 일반 카페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며 “각종 제한사항이 이용자로서는 아쉽지만, 점주분들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최근에는 멀티탭을 가져와 카페에서 여러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이들을 부르는 ‘전기도둑’ ‘전기빌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이들을 막기 위한 ‘콘센트 막아놓기’ ‘불편한 의자 놓기’ ‘시끄러운 노래 틀어놓기’ 등의 퇴치 방법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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