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뼈빠지는데⋯도의원들 단체로 ‘해외 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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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들 뼈빠지는데⋯도의원들 단체로 ‘해외 연수 중’

    도의회 상임위 4개 이달 국외 출장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사례 연구
    31명 총 1억5000만원, 인당 480만원 지출
    다수 공백·외유성 출장 등 의문 제기

    • 입력 2023.03.27 00:02
    • 수정 2023.03.30 00:07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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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의회 상임위 4개가 줄줄이 동유럽, 오세아니아 등 국외 출장에 나서 도내 사업 접목 사례를 연구한다. (사진=MS투데이 DB)
    강원도의회 상임위 4개가 동유럽, 오세아니아 등 줄줄이 국외 출장에 나서 도내 사업 접목 사례를 연구한다. (사진=MS투데이 DB)

    코로나19에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강원도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연수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업무상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일부 상임위원회 출장 기간이 겹치면서 의정 공백이 생기는 데다가 도의 경제 사정과 긴축재정 운용 기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 상임위들은 지난 17일 임시회를 마친 직후부터 약속이나한 듯 비슷한 일정으로 국외 출장에 나섰다. 해당 상임위는 사회문화위원회, 농림수산위원회, 안전건설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4개다. 특히 지난 21~25일은 4개 상임위가 모두 해외에 나가 있었다.

    가장 먼저 해외에 나선 사문위는 6박 8일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25일 돌아왔다. 이들은 ‘해외 복지·보건 정책을 연구하고 문화·관광·체육 분야의 벤치마킹 사례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럽을 순회했다. 모차르트 생가, 하벨시장 탐방에도 시간을 들였다. 해외연수에 다녀온 사문위 인원은 더불어민주당 정재웅(춘천5) 의원, 국민의힘 심오섭(강릉2)·김시성(속초2)·김정수(철원1)·박관희(춘천1)·원미희(비례)·원제용(원주6)·유순옥(비례) 의원 등 8명이다. 출장 경비 총 3670여만원이 도민 세금인 도비로 지출됐다.

    농수위도 독일과 네덜란드행 7박 9일 일정을 마치고 지난 26일 귀국했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독일 바우반 탄소제로마을 등 해외 사례 참고, 농림수산어업 분야 발전방안 모색을 골자로 한 출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찬성(원주8) 의원, 국민의힘 김용복(고성)·엄윤순(인제)·박호균(강릉1)·윤길로(영월2)·최종수(평창2)·홍성기(홍천2) 의원 등 7명이 출장에 다녀왔다. 3520여만원을 출장 경비로 썼다.

    안전건설위와 교육위는 지난 21일 뉴질랜드와 호주로 나란히 출장길에 올라 8박 10일짜리 해외연수에 나섰다. 안전건설위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주요 도시를 돌며 재난대응·소방정책 등을 분석하고 관련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재난구호과, 호주 NSW 정부 광역교통국과 면담해 강원도형 도시재생 정책도 검토한다. 해외연수 인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지영(비례) 의원, 국민의힘 박기영(춘천3)·지광천(평창1)·양숙희(춘천6)·이기찬(양구)·최규만(횡성2)·최재민(원주4)·최재석(동해1) 의원 등 8명이다.

    교육위는 오클랜드 대학교, 웨스턴 시드니대학 파라메타 캠퍼스 등을 방문해 교육인프라 구축 현황을 파악하고 우수교육 사례를 조사한다. 광역 의원으로서 글로벌 감각과 세계화 마인드를 갖추고 다양한 교육 정책 교류를 통해 미래교육 발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출장 목표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승진(비례) 의원, 국민의힘 박길선(원주1)·이영욱(홍천1)·김기하(동해2)·김용래(강릉3)·김희철(춘천2)·엄기호(철원2)·조성운(삼척1) 의원 등 8명이 참석했다. 

    안전건설위와 교육위가 보고한 이번 출장 경비는 각각 4081여만원, 4038여만원이다.

     

    이달 해외연수에 나선 상임위 국외 출장 계획안. 기초·광역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이달 해외연수에 나선 상임위 국외 출장 계획안. 기초·광역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이번 해외연수를 떠났거나 다녀온 의원은 총 31명이다. 총경비는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의원당 평균 480여만원을 사용했다.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국외 출장도 강원도 긴축재정 운용 방침과 어긋나는데다, 일부 상임위 일정에는 탐방·견학 등이 포함되면서 외유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전 대표는 “기초·광역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매번 지적을 받으면서도 탐방·견학 등 일정을 넣는 것은 시민 기만에 가깝다”며 “의회 자체 내에서 일정을 만들지 않고 여행사에서 짜준 계획대로 가는 출장이 태반이니까 외유성 연수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가 문제 되는 일정 등을 걸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객관성을 위해 민간이 심사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해외연수 이후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사 정당한 목적이 있는 출장이라 해도 한 번에 몰아서 떠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의회 상임위 7개 중 4개, 강원도의원 49명 중 31명(63.2%)이 보름 동안 줄줄이 의정·지역을 비웠다. 강원도민 이모씨는 “오는 6월 특별자치도 출범, 중도개발공사 경영 정상화 등 지역 현안이 쌓여있는데다 도 경기 사정은 최악인 지금 굳이 우르르 해외연수를 떠나야 했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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