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깨고도 당당⋯법원, “법조타운 날린 돈 못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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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깨고도 당당⋯법원, “법조타운 날린 돈 못 낸다”

    춘천지법 “석사동 이전 계속 주장, 비용 2억원 수용 못해”
    MOU 체결 법적 책임 없다지만⋯시민들 "무책임 극치"
    "시민과의 약속보다 법원-검찰 자존심이 우선" 비판

    • 입력 2023.03.24 00:02
    • 수정 2023.03.28 03:48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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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사동 법조타운 조성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투입 비용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책임 공방이 거세질 예정이다. (사진=이현지 기자)
    석사동 법조타운 조성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투입 비용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책임 공방이 거세질 예정이다. (사진=이현지 기자)

    석사동 법조타운 조성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부지 조성 등에 이미 소요된 시민 혈세 2억원에 대한 책임 공방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춘천지법이 먼저 ‘법조타운 무산은 우리 탓이 아니다’라며 춘천시에 비용을 물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춘천시민들 상당수는 “법조타운이 백지화 된 데 법원과 검찰의 기싸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두 기관이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 법조타운 끝내 무산⋯시민들 “3년 허송세월 분통 터져”>

    춘천시는 최근 춘천지방법원과 춘천지방검찰청에 법조타운 부지 조성 계획을 위한 3자간 협약(MOU) 해지와 법조타운 조성을 위해 들어간 비용 처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2020년 3자간 협약 이후 토지측량, 시설변경 환경영향평가, 도시관리계획 용역 등으로 춘천시가 지출한 비용은 총 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춘천지법은 이에 대해 “법원은 석사동 이전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해당 비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석사동 법조타운 부지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춘천시가 법원·검찰과 맺은 MOU에도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춘천시가 이 비용을 청구해 받아내기도 법적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금전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이 존재해야 하는데 MOU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타운 무산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주장을 놓고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법원과 검찰이 새 법조타운에서 서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해 입주하기 위해 싸움을 벌인 것이 법조타운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춘천시민은 “법원이든 검찰이든 한 쪽이 상석 욕심을 버렸으면 문제가 없었을 테니, 결국 시민과의 약속보다 자존심을 우선해 생긴 문제 아니냐”며 “당당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곳도 아닌 법원이 MOU에 법적 구속력이나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점을 들어 당당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높다. 한 시민은 “법원이 법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법조타운이 무산된 상황에서, 지금도 가능하다면 석사동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학곡지구·홍천군 하오안리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의심된다“고 말했다.

    춘천시도 낭비된 혈세를 법원이나 검찰에 청구하는 일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법조타운 조성 업무를 맡고 있는 춘천시 건설과는 법원이나 검찰에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 있느냐는 본지 문의에 “해당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남겼다.

    석사동 법조타운 조성 계획은 석사동 옛 경자대대 부지를 춘천시가 국방부로부터 사들이고 기초공사한 후 법원과 검찰에 되파는 식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시와 법원·검찰청은 이 같은 내용으로 2020년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법원과 검찰청과 함께 남는 자리에 상업시설을 유치한다거나 헌법재판소를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기로 삼자는 등의 기대가 만발했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기싸움으로 착공은 계속 미뤄져 왔다. 이전할 두 청사의 건물 높낮이 차가 최대 8m에 이르자 두 기관은 서로 더 높은 곳을 차지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춘천시가 2021년 7월 두 건물 높낮이 차를 5m로 줄인 새로운 도면을 춘천지법과 지검에 전달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마음이 급한 춘천지법이 지난 11월 단독 이전을 발표했지만 동반 이전을 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시가 두 기관에 MOU 해지를 통보하면서 법조타운 조성은 물거품이 됐다. 

    춘천지검은 아직까지 MOU 해지와 관련 비용 처리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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