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우울하신가요? 그렇다면 작은 텃밭이라도 가꿔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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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우울하신가요? 그렇다면 작은 텃밭이라도 가꿔보시지요

    • 입력 2023.03.17 00:00
    • 수정 2023.03.17 08:21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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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신록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왜 짙푸른 자연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또 모종을 심는 단순한 텃밭 가꾸기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받을까요.

    영국의 웨스트로킹 지역에는 파킨슨 환자를 위한 정원(Parkinsons.Me)이 있습니다. 2013년 41세의 나이에 파킨슨 진단을 받은 에반 스투트라는 청년이 만든 일종의 치료정원이지요. 환자와 가족들은 이곳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합니다. 

    영국 켄트에는 다양한 질환자들이 참여하는 또 다른 정원(Blackthorn Trust Garden)이 있습니다.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 교통사고로 유발된 만성통증환자 등이 고객입니다. 이들은 정원을 운영하는 병원(Blackthorn Trust medical center)에서 원예처방을 받아 이곳에서 삶의 희망을 이어갑니다.  

    이 같은 사례는 서구에서 운영되는 수많은 치료정원 중 일부입니다. 척수손상을 입은 환자를 위해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정원(Stoke Mandeville Hospital 소속)이 있는가하면, 교도소의 교정치료용 정원이나, 농업활동으로 규모를 키운 케어팜(Care Farm)도 다수 운영되고 있지요.  

    치료정원의 역사는 오래됩니다. 힐링공간으로서의 정원은 기원전으로 올라가지만 실제 치료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한 사람은 ‘미국 정신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러쉬 박사였습니다. 1812년 그는 정원에서 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증(조울병의 하나)에서 회복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지요. 

    이후 1879년, 미국 최초로 필라델피아 프렌즈 병원에 환자 재활을 위한 온실이 만들어졌고, 1959년에 이르러서는 미국 최고의 재활의학센터인 뉴욕대병원 러스크재활의학연구소가 치료정원(Enid Haupt Glass Garden)을 개원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부상당한 참전용사들의 재활을 위해서였지요. 

    식물을 보고, 키우는 행위가 어떻게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줄까요. 여기에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류의 진화와 문명에 근원적인 답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류의 삶은 먹거리에서부터 주거와 옷의 소재에 이르기까지 식물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는 거죠.  

    의학적으로는 항상성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신경계와 면역계, 내분비계가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교감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몸이 긴장을 하고, 이로 인해 질병에 저항하는 면역계, 호르몬 분비를 주관하는 내분비계의 기능이 떨어져 질병발생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때 초록의 자연이 교감신경의 자극을 완화시키고, 이에 따라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서 인체의 항상성이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한 일본 치바대학대학원 이와사키 히로시 박사는 고혈압과 저혈압 환자, 그리고 정상인을 분류해 5분간 라벤더 정원과 잔디밭에 5분간 각각 머무르게 했습니다. 그 결과,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떨어지고, 저혈압 환자의 혈압은 올라갔다고 해요. 물론 건강한 사람에선 변화가 없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라벤더 쪽이 잔디밭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고 하는군요.

    치료정원 또는 원예치료의 건강효과에 대한 연구는 사실 차고 넘치지요. 
    미국 시드니 공과대학에선 연구공간에 식물을 배치한 결과, 직원의 불안감이 37%, 적대감 44%, 우울감 58%, 심지어 피로감도 38%나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식물을 접할 때 우리 뇌에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방출이 늘어난다고 해요.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떨어집니다.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식물 키우기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특히 녹색환경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증상을 크게 감소시킵니다. 이뿐 아니죠. 아이들은 식물을 돌보고, 관찰하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집중력과 학습효과를 체험합니다. 실제 이들은 과학성취도 시험에서 일반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결과도 있지요.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와 함께 텃밭 가꾸기를 권합니다. 아이들은 직접 재배한 먹거리를 더 많이 즐겨먹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서입니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신체활동량도 늘립니다. 65㎏인 사람이 30분간 정원을 가꾸면 약 135㎉를 소모한다고 하지요. 특히 노인들에겐 활동량 증진뿐 아니라 성취감에 무공해 채소까지 먹을 수 있으니 이만한 소일거리도 없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원가꾸기가 재미있다고 해도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야외에서 장시간 체류하지 않도록 시간을 정해 일을 하셔야 합니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워밍업 또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셔야 해요.     

    땅이 촉촉해지는 경칩이 지났습니다. 굳이 치료정원이 아니더라도 작은 텃밭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반려식물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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