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인구 달성 전략이 ‘20만원 상품권’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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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만 인구 달성 전략이 ‘20만원 상품권’ 이라니⋯

    [기자수첩] 이종혁 기획취재팀 기자

    • 입력 2023.03.03 00:01
    • 수정 2023.03.04 00:04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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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만727명. 올해 1월 31일 기준 춘천시 인구다. 춘천시 인구는 교부금 상향 등 대도시 특례를 적용받는 30만명까지 9000여명이 모자라다. 시는 내년까지 인구 3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그동안 1년에 1200여명 정도 증가했던 추이를 감안하면 2년 안에 달성하기는 버거운 숫자다. 인구 전입을 늘리기 위한 그럴 듯한 정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의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은 전입시 돈 몇푼 쥐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시는 최근 부족한 인구를 채우기 위해 지역 내 기업과 대학, 단체와 춘천 전입 장려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24일 후평·퇴계·거두·창촌·동춘천·전력IT 등 산업단지협의회를 시작으로 27일 농협·신한은행·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을 만났다. 여기서 나온 인구 전입 장려책은 ‘임직원들이 주소지를 춘천으로 옮기면 전입 장려금으로 춘천사랑상품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전부였다. 춘천시가 2019년부터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지역사회에서는 20만원 상품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나왔다. 심지어 최근 전입 독려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산업단지협의회 소속 한 기업은 이미 전 직원이 춘천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은 이미 춘천 사람이다. 혹여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도 상품권 20만원 받자고 주소지 이전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전입 인구를 늘리겠다며 내놓는 대책, 혹은 운영하고 있는 대책들 대부분이 이렇게 근시안적, 단편적인 것들이다. 춘천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 주소를 춘천으로 이전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일시적으로 장학금을 줘서 춘천으로 전입한다한들 졸업 후 바로 직장을 찾아 떠나 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오히려 지역민들이 내는 아이디어에 더 현실적인 방안들이 많다. 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 플랫폼 ‘봄의대화’에서 한 시민은 “현재 타 지역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직장과 주소를 춘천으로 옮기면 20만원 상품권을 받는데, 주소지만 춘천으로 옮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주거비가 비싼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사하는 직장인이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ITX 등 교통요금 지원도 효과적인 당근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시민의 지적대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춘천의 직장으로 이직하게 만들기 어렵다면, 춘천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직장인들이 꽤 있지만, 이들이 느끼는 출퇴근의 어려움은 물리적 거리 이상이다. 한 직장인은 결혼 후 춘천에 있는 남편을 따라 이사 온 후, 춘천에서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서울로 출퇴근 중이다. 그는 “한 달 교통비만 35만원으로 월세와 맞먹는다. 교통비도 지원된다면 주거비가 비싼 서울 직장인 유인책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출퇴근 시간에 맞춰 서울을 오가는 ITX 배차를 늘리고 춘천역이나 남춘천역 주차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인구를 늘리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 층을 유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원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춘천시 인구이동 특성 분석과 맞춤형 인구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춘천 인구 가운데 20대 연령층은 꾸준히 줄어들고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늘었다. 청년층이 떠난 원인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황규선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춘천시가 인구를 늘리기 위해 마른걸레라도 쥐어짜는 심정으로 지역 내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하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당장 1~2년 새에 인구 30만을 넘기겠다고 근시안적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이 있는 도시는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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