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 해결사 나왔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쥐꼬리’ 퇴직연금 수익률, 해결사 나왔다

    전문가가 적립금 대신 굴려주는 ‘디폴트옵션’ 운영 시작 
    가상 운용 결과 연 수익률 6%, 퇴직연금보다 2배 높아  

    • 입력 2023.02.28 00:00
    • 수정 2023.03.01 00:08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얼마 전 거래 증권회사로부터 이메일 한통이 날아왔다. IRP(개인형퇴직연금)가입자이니 디폴트옵션상품을 의무적으로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7개 상품 라인업 가운데 1개를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도입된 디폴트옵션 제도가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금융업계에서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로 구성되는데, 가입자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가 운용하는 DB형을 제외한 DC나 IRP가 적용대상이다. 

    디폴트옵션 제도의 등장은 연금이란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운 퇴직연금의 참담한 현실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이다. 2020년 말(256조원)과 비교해 1년 새 40조원이 늘었다. 오는 2030년에는 4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노후 대비 수요가 늘어나 2050년에는 약 2122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간 수익률은 1~2%대로 저조하다. 물가상승률 2%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투자를 잘 모른다’ ‘노후자금은 안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입자들이 은행예금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퇴직연금을 굴리기 때문이다. 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도 5%에 불과해 퇴직연금이 노후 자산으로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나머지 95%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연금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디폴트옵션은 한마디로 금융회사가 무심한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신해 적립금을 굴려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한 가입자가 원리금보장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4주간 다른 상품으로 운용하지 않을 경우 만기환급금은 2주의 대기 기간을 거쳐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 신규 가입자의 경우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4주 대기 없이 바로 통지를 받고 2주 동안 가입금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 

    디폴트옵션의 원조는 미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입자의 선택을 의무화한 것과 달리 미국은 기업이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임의제도다.  2000년대 초 401K(매달 일정액의 퇴직금을 회사가 적립하면 근로자가 이를 운용해 스스로의 투자 결과에 책임지는 DC형 퇴직연금) 도입 이후 대량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주가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401K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백만장자 월급쟁이가 쏟아져 나왔다. 

    그럼 ‘K-디폴트옵션’은 어떻게 될까. 일단 퇴직연금이 쥐꼬리 수익률 악순환에서 벗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쿼터백연금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은 88개 디폴트옵션 상품을 가상으로 운용해본 결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17%, 15년은 연평균 6.02%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지난 10년간 실제 평균 수익률이 2.49%였던 것과 비교하면 디폴트옵션을 선택할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을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디폴트옵션을 선택했을 때의 연평균 수익률(6.02~7.22%)이 같은 기간 원리금보장상품의 연평균 수익률(5.42~5.99%)보다도 높았다. 

    디폴트옵션의 본격 운영과 함께 TDF(타깃데이트펀드) 큰 장이 열리고 있다. TDF는 가입자가 정한 은퇴시점에 맞춰 투자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해주는 펀드다. 가령 가입자가 젊어 은퇴까지 많은 세월이 남았다면 주식 위주로 운용하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주식 비중은 줄이고 채권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는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디폴트옵션의 취지와 맞는다.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으로 인정한 실적배당형 220개 상품 가운데 TDF가 포함된 상품 개수는 165개에 달한다. 전체의 75%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진행되면서 현재 10조 원 규모인 TDF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연금시장은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연평균 25% 가까이 성장했다. 미국의 TDF 역시 2021년말 기준 1조8000억 달러까지 순자산 규모가 늘어나며 15년 동안 15배 커졌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