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만 50년째 이옥희씨 “더 많이 돕지 못해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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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만 50년째 이옥희씨 “더 많이 돕지 못해 아쉽죠”

    이옥희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인터뷰
    반찬봉사, 청소, 정화 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2500개 만들어 기부 예정

    • 입력 2023.02.25 00:00
    • 수정 2023.09.07 11:38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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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춘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강남동 주민들이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21일 춘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강남동 주민들이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21일 춘천시자원봉사센터 3층 교육장. 강남동 주민들로 이뤄진 봉사단원들이 분주하게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폐현수막을 재단해 장바구니로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만 50년째라는이옥희(77)씨를 만났다. 이씨는 봉사단체인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씨에게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이옥희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의 모습. (사진=이현지 기자)
    이옥희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의 모습. (사진=이현지 기자)

    Q. 폐현수막을 자르고 계신데 뭘 하시는 건가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장바구니로 만들어요. 이렇게 만든 장바구니를 주부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박음질을 튼튼히 해서 계란 한 판 통째로 넣어도 거뜬하답니다. 장바구니 2500개를 만들어서 춘천 지역먹거리 직매장에 드리려고요. 현수막이 재활용도 어려워 그냥 버리면 환경오염이 심하다고 하네요. 폐현수막 모으는 것부터 재단, 박음질까지 저희 단체에서 모두 직접하고 있답니다. 하루에 100개 정도 만드니까 2500개면 대략 한 달쯤 걸리겠네요.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반찬봉사 때 만든 코다리조림. (사진=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반찬봉사 때 만든 코다리조림. (사진=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Q.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어떤 봉사활동을 하시나요? 

    봉사활동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해요. 한 달에 1번씩 반찬 만들기부터 김장, 청소, 정화활동 등 다양해요. 아, 최근에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 성금으로 100만원을 모아 기부했어요. 겨울철에는 어려운 분들에게 드릴 김장을 하는데요. 한 번 김장하면 200포기 넘게 해서 배추 20㎏짜리로 30~40박스 정도 사용해요. 배추도 절여야 하고 양이 많다 보니까 이틀은 걸려요.

    Q. 반찬봉사는 어떤 식인가요?

    보통 어려운 분들 40가구에게 반찬을 만들어서 전달해요. 최근에는 오곡밥, 잡채, 나물을 해서 배달해드렸어요. 대량으로 하다 보니 식재료비는 한 번에 50만~60만원 정도 들어가요. 춘천시민들이 기부하는 천원나눔 모금액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만약 예산이 부족하면 월 2만원씩 내는 회비에서 충당합니다. 복날에는 어르신들께 삼계탕도 해드리고, 명절 때는 전도 부쳐 드리고 있답니다. 받으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제가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Q. 봉사활동을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한 달에 1번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요. 춘천에 있는 보타사라는 절에서도 한 달에 1번 봉사해요. 그리고 절에서 행사를 하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가고요. 또 일주일에 1번은 꼭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해요. 그렇다고 제가 봉사활동만 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저도 친구들이나 지인들 만나서 놀러가고 집에서 잠도 푹 자고 할 건 다 한답니다.

    Q. 힘들지는 않나요?

    봉사활동 하면서 딱히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정말이에요(웃음). 봉사활동 하면서 몸을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제 나이가 70대 후반인데 아픈 곳이 하나도 없어요. 보통 제 나이쯤 되면 허리나 관절이 많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의 응원이 컸습니다. 가족들이 봉사 장소까지 자주 데려다주기도 하고 ‘엄마가 제일 멋있다’며 응원도 아끼지 않았거든요.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Q. 이렇게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원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어요. 봉사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요. 그러다 50년 전에 주변 분 권유로 새마을부녀회에 얼떨결에 가입했어요. 그곳에서 청소나 정리수납 같은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나 하나 조금 더 움직이면 여러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요. 그래서 새마을부녀회 강남동 회장까지 하게 됐죠. 그곳 회장만 20년 넘게 했네요. 그 후 강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활동하다 위원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Q.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반찬봉사할 때 마다 "예산이나 인력이 충분하면 더 많은 분들에게 반찬을 드릴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찬이 필요하신 분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40가구 정도밖에 드리지 못하니 마음이 무겁죠. 그래서 마음 한편에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여건만 된다면 앞으로는 훨씬 많은 분들에게 반찬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올해 목표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꽃구경 시켜드리고, 생신 잔치 해드리는 거에요. 물론 기존 봉사활동은 계속하면서요. 그분들께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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