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OOO는 빼고 조리해 주세요’⋯음식 주문할 때 신중해야 할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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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OOO는 빼고 조리해 주세요’⋯음식 주문할 때 신중해야 할 사람은?

    • 입력 2023.02.17 08:20
    • 수정 2023.02.17 18:22
    • 기자명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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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 1월1일부터 참깨를 주요 알레르기 유발식품에 포함시켰지요. 이에 따라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참깨 함유 식품에는 수입품을 망라해 포장지에 ‘sesame(참깨)’라는 단어를 표기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지에 ‘미국인 160만 명이 참깨 알레르기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어요. 

    사실 미국은 우리만큼 참깨를 많이 먹는 나라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빵공장에서 청소비용을 아끼려고 참깨 가루를 일부 첨가한다고 해요. 미국 식품알레르기 연구·교육기관(FARE)은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들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 왔던 거죠. 

    미국은 지금까지 우유, 계란, 생선, 갑각류, 견과류, 땅콩, 밀, 콩류 등 8가지를 주요 알레르기 유발식품으로 규정해 라벨링을 의무화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19가지 항목, 22가지 식품을 표시)

    FARE에 따르면 미국에선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500만 명이 식품 알레르기로 고생한다고 해요. 게다가 알레르기 전신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때문에 3분에 한 명꼴로 응급실을 찾는다고 합니다. 증가율도 심상치 않습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식품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사람이 무려 377%나 늘어났다고 하죠.

    식품 알레르기 환자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국내에도 청소년의 약 15%가 식품 알레르기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고, 그 숫자는 매년 5~6%p씩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고 해요.

    식품 알레르기도 다른 알레르기 질환처럼 작동 원리가 같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식품에 들어있는 특정 물질(주로 단백질)을 해로운 것으로 인식해 면역 글로블린E(IgE)라는 항체를 만들어요. 이 항체는 곧 히스타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방출해 가려움증과 부종, 발진, 목이나 혀를 붓게 하거나, 기침을 유발하죠.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이나 저혈압 등 온몸에 알레르기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바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입니다.

    가장 흔한 우유 알레르기의 경우(분유, 치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포함) 유아의 2~3%에서 나타납니다. 증상은 붓기, 발진, 두드러기, 구토나 변비 또는 설사 같은 장트러블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중 90%가 세살이 될 때쯤이면 알레르기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유당 불내증과 혼동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유당 불내증은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 분해효소(락타아제)가 부족한 것입니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설사나 더부룩함을 호소하지요.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아 평생 우유를 기피합니다.  

    계란은 식품 알레르기의 두 번째 원인입니다. 복통을 일으키거나 호흡 증상, 발진과 같은 피부반응을 보이죠. 계란 알레르기 역시 68%가 16세 쯤 되면 없어진답니다. 

    골치 아픈 것은 아몬드나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 호두처럼 나무에서 얻는 견과류입니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 아나필락시스 사망의 50%를 차지한다고 해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견과류 아나필락시스 유경험자에겐 자가 주사기를 항상 휴대하도록 권합니다. 자칫 해당 식품이 들어간 요리나 식품을 먹고 증상(부종, 발진, 거친 호흡,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면 허벅지에 주사기를 찔러 약물을 주입해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거든요. 

    견과류 알레르기는 80% 이상이 평생 갈 수 있고, 여러 종류의 견과류 또는 견과류로 만든 기름에도 반응을 보여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밀과 관련된 트러블은 글루텐을 비롯한 다양한 단백질이 원인입니다. 이중 글루텐불내증(소아지방변증)은 글루텐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소화가 안 된다는 점에서 유당불내증과 유사하지요. 항원에 대해 항체를 만드는 일반 알레르기 메커니즘과는 다르지만 장에 염증을 유발해 설사나 더부룩함, 구토 등 불편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반면 셀리악병은 글루텐을 적으로 인식하는 면역반응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입니다. 항체가 장을 공격해 염증을 만들면 복부팽만이나 만성설사 등을 유발합니다. 밀은 빵 뿐 아니라 케이크, 시리얼, 과자류는 물론 각종 소스의 식재료로도 쓰이지요. 

    따라서 글루텐을 뺀 글루텐프리 제품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보리나 호밀 같은 곡물에도 글루텐이 들어있으니 식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되지요. 다행히 우리의 주식인 쌀이나 냉면의 재료인 메밀에는 글루텐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방법은 없어요. 해당 식품을 멀리하는 회피요법이 최선이지요. 경구면역요법이 도움이 되긴 해요. 몇 달 동안 해당 식품을 조금씩 먹으면서 내 몸의 면역반응을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응시간이 오래 걸리고, 먹는 과정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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